▲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브뤼셀의 상징으로 그랑플라스 근처에 있다
오영식
다음은 브뤼셀의 상징이자 아들도 알고 있는 '오줌싸개 동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태풍아, 이게 오줌싸개 동상이야. 생각보다 작지?"
"응, 아빠. 어린이인 줄 알았는데, 아기 같아. 근데 왜 머리에 뭘 쓴 거야?"
"응, 이 동상이 벨기에의 상징이라서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에는 의미에 맞는 옷을 입혀놓는데. 지금은 아마 소방관의 날인가 봐."
아들과 동상을 보고 다시 그랑플라스 광장에 있는 카페에서 감자튀김과 와플을 먹었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카페 안에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광장을 보며 먹는 벨기에 감자튀김과 와플은 정말로 맛있었다.
아들과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신호등이 설치된 건널목에서 사람들이 빨간 신호에도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모든 사람이 여기저기서 무단횡단을 했다.
아들과 나는 러시아부터 벨기에까지 오는 동안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인구와 차량이 많지 않은 시베리아에서도 신호등의 신호를 무시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는데... 벨기에의 수도 한복판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무단횡단을 하는 게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유명한 곳인데도 북유럽과 스위스, 독일과는 달리 거리는 쓰레기가 넘쳐나 지저분했다. 서둘러 이동하며 아들에게 말했다.
"태풍아, 여기 벨기에는 별명이 '유럽의 심장'이래. 유럽에서 중요한 기관이 많이 설치되어 있고, 다양한 나라 사람이 와서 살고 있어서 언어도 여러 개를 쓴대."
브뤼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차를 운전해 프랑스 국경에 가까워질 때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단횡단을 하고 지저분한 거리가 꼭 벨기에와 브뤼셀 시민의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있는 도시인 만큼 넘쳐나는 관광객 문제일 수도 있고, 거리의 청결유지 보다 청소노동자의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자 친화 도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에펠탑을 이긴 '솜사탕'
우리는 브뤼셀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인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여행 전 지인 중 한 명이 '파리에서는 절대 운전하지 마. 차 몰고 시내로 가면 안 돼! 운전하기 너무 힘들어'라는 말을 해주었다. 파리를 여행해 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직접 운전을 해본 적이 없어 긴장하며 차를 몰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교통지옥으로 악명높은 파리에 들어왔다. 시내로 들어오자 거리는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여기저기 자동차 경적과 구급차,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로 시끄러웠고, 여기저기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우리 숙소는 도시 중심부인 에펠탑에서 북쪽으로 10km쯤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도착 10km 정도를 남겨 두고는 도착 예상 시간이 점점 더 늦어졌다. 체크인하기 전에 교통사고라도 나면 일정이 꼬여버리기 때문에 긴장한 채 앞 차량과 교통신호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