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권우성
그날을 좀처럼 잊을 수 없다. 몸이 좋지 않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녘 아빠의 전화로 잠에서 깼다. 아빠는 다급하게 물었다.
"너 어디야? 집이야?"
나는 그렇다고 답하며 무슨 일인지 물었다. 아빠는 '이태원 때문에' 놀라서 전화했다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아빠에게 급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님을 파악했으므로 다시 자려고 했지만 잠은 달아나버렸다. 침대에 누운 채 이태원을 검색했고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깊이 자고 있던 남편이 여전히 잠에 취한 채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온전한 문장을 만들지 못하고 되는대로 단어들을 나열했다. "이태원에서, 죽었대, 사람이, 다치고, 많이." 내 말을 들은 남편은 또 물었다.
"설마, 압사야?"
나는 그런 것 같다며 침통해했고 우리는 큰일이 아니기를 기원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내가 압사인 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때 남편은 무슨 소리냐며 어리둥절해했다. 잠에 취해 있던 그는 지난밤 우리의 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잠결의 그는 분명히 콕 짚어 물었다. 압사냐고.
다시 말해 이태원 그 좁은 골목골목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는 것은, 비전문가도 잠결에서조차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예상 가능하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라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충분히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 단위로 보고서를 만들고 원인을 규명해도 모자랄 판에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