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 전시된 청소용품청소용품
황성혜
올해 싱가포르의 설 연휴는 3일이다.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쉰다. 내 주변 싱가포르 친구들은 이미 지난주부터 설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Spring Clean(스프링 클린)'이라고 불리는 집 안팎 대청소다. 설 전에 집안 곳곳을 정돈하고 청소하는데, 부정적인 에너지를 배출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가 있다. 입지 않는 옷이나 헌 가구 등도 정리하여 나눔을 하거나 버린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대형폐기물을 버릴 수 있는 날을 지정하여, 정해진 날에 버리도록 공지했다.
친구들은 벽과 천장, 전등 등 평소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곳까지 세세하게 청소한다고 말했다. 부엌 환풍기에 찐득하게 묻은 기름때, 화장실 곰팡이 등 쉽게 닦이지 않는 부분에 어떤 세제를 사용하여 닦았는지 청소와 관련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았다. 실제로 슈퍼마켓에 가면 스프링 클린을 위한 청소도구를 따로 모아 놓은 코너가 있다. 대리석 청소세제, 화장실 곰팡이 제거제, 주방세제, 유리 세정제 등 다양한 세제 종류와 함께 장갑, 스펀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스프링 클린을 위한 프로모션도 진행되어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청소용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깨끗이 청소를 마친 후에는 화초나 꽃으로 집안을 꾸민다. 생기와 번영을 상징하는 복숭아꽃, 버드나무, 수선화 등으로 장식한다. 또한 붉은색의 다양한 장식물을 벽이나 문에 붙이거나 걸어 둔다. 붉은색은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 밝은 기운을 담는다고 하여 흔히 사용된다. 슈퍼마켓, 시장, 차이나타운 등 여러 곳에서 이런 붉은색 장식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홍바오를 준비해야 한다. 홍바오는 화려하고 예쁜 붉은색 봉투에 돈을 담은 것으로 우리나라의 세뱃돈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붉은색 봉투는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 슈퍼마켓이나 가게, 식당 등 여러 곳에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식사를 하면 무료로 주는 경우가 많다. 내가 거래하는 은행에서는 우편으로 붉은색 봉투를 보내준다. 매년 받은 만큼 다 사용하지 못해, 쓰고 남은 봉투가 서랍 안에 가득 쌓여 있다. 올해도 여러 곳에서 받았다. 다양한 디자인의 붉은색 봉투를 구경하고 모으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
홍바오는 일반적으로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기혼인 형제자매가 미혼의 동생들과 조카들에게 준다. 또한 자식이 부모에게도 드린다. 홍바오에는 반드시 새 돈을 넣어야 한다. 오래된 지폐나 구겨진 지폐를 넣으면 안 된다. 예전에는 새 돈을 바꾸려면 은행에 가서 한두 시간 줄을 서야 했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도 바꿀 수 있다. 은행마다 일정 기간 동안 새 돈 예약을 받는다.
그 기간에 맞춰 예약을 한 후 본인이 지정한 지점, 날짜, 시간에 맞춰 찾아가면 된다. 몇몇 지정된 현금인출기에서도 새 돈을 찾을 수 있다. 2015년부터는 QR코드를 사용하여 전자 홍바오를 주고받을 수 있어 더욱 편리해졌다. 새 돈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고, 일일이 홍바오에 지폐를 넣지 않아도 되어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홍바오에 돈을 넣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홍바오에는 $2, $6, $8, 또는 $10과 같이 짝수 금액을 넣어야 한다. 홀수 금액은 장례식과 연관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한 중국어에서 '죽음'과 발음이 유사한 숫자 4를 피해야 한다. $4, $14, $40, $44 등과 같은 금액을 넣으면 안 된다. 하지만 숫자 8은 행운과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여겨 선호된다. 일반적으로 $8, $28, $88, $288, $888 등과 같이 숫자 8이 포함된 금액을 넣는다. 우리나라 세뱃돈과 다른 점은 홍바오를 줄 때 세배를 받지 않고 주는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아. 건강해."등과 같이 덕담을 건네며 준다.
홍바오는 재량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