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장 볼때 사용하는 리유저블 백.
박민희
올리비아는 올해 9월이면 다섯 살이 되는 꼬마숙녀였다. 올리비아의 도시락이 자주 눈길을 끈 것은 런치박스 대신 천으로 된 파우치가 크기별로 여러 개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크기가 남자 손바닥만 한 남색 파우치를 열어보면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가 들어있었고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미키마우스 파우치에는 간식용 팝콘 한 주먹이 들어있었다. 유니콘이 프린트된 보라색 파우치는 과일을 싸가지고 다니는 용도였는데 잘 뭉개지지 않는 단단한 과일, 예컨대 사과 한 알이나 포도 또는 방울토마토 몇 개를 싸오곤 했다.
올리비아의 점심 주머니는 여자들이 화장품이나 생리대를 넣고 다니는 천 파우치랑 다를 바 없이 생겼지만 식품 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약간 빳빳한 재질의 천으로 만든 사각형의 납작한 주머니는 지퍼 없이 입구 쪽 넓은 시접을 뒤집어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안쪽은 방수 처리가 되어 있었다.
올리비아의 도시락은 각양각색의 파우치와 그 안에 어떤 음식을 담아가지고 왔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섯 살짜리 꼬마가 파우치에서 크루아상이나 작은 머핀 등을 꺼내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앙증맞고 사랑스러웠다. 천 주머니에 싸 온 크루아상 한 쪽이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올리비아의 엄마는 평소 딱딱한 인상에 말수가 적어 말을 붙이기 어려운 학부모였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틀림없었다. 그녀가 싸주는 아이의 점심 도시락만 봐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올리비아는 이미 충분히 똑 부러지고 영특한 아이였지만 자라서는 엄마와 똑같이 자연보호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의식 있는 성인이 될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