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인야학 노들노래공장노들장애인야학 노들노래공장 수강생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노래 수업을 들으며 노래를 만들고 있다.
이정민
이들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이 작곡-작사 수업은 노동이다. 2022년 시작된 '노들노래공장'은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일환이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통해 중증장애인은 거리에서 장애인 권리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거나, '노들노래공장'처럼 문화예술노동을 하면서 최소한의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장애인들은 1년 계약직으로 일주일에 15~20시간씩 최저임금을 받았다.
지난 2년 동안 이들은 '노들노래공장'에서 '이상한 세상', '봄비', '감자와 고구마', '공연하고 싶어요', '사는 게 재밌다' 등의 노래를 만들고 돈도 벌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2024년 관련 예산을 0원으로 삭감, 사실상 폐지하면서 이들 중증장애인 400여 명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최근 이들은 노들노래공장에서 만든 노래 가사와 악보, 글이 실린 노래집을 출판해 나온 수익 전액을 해고된 장애인 노동자들의 투쟁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교사 만수씨(음악가 이민휘)는 "있는 노래를 그저 따라부르는 것이 아닌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어 그 노래를 부르기"를 바랐다. 그는 "노동자들은 트로트나 발라드 등 기성곡을 부르는 것에 익숙했고, 저도 중증발달장애인들과 노래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수씨는 "집회 현장에서 나오는 오래된 민중가요도 힘이나 역사가 있지만 중증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만드는 노래를 집회에서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운동에 당사자의 생활이나 관심사가 녹아있어도 좋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오해와 달리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중증발달장애인만의 일자리가 아니다. 그들과 조력하는 비장애인들은 이 일자리를 통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만수씨 역시 지난 2023년 발행한 정규2집 '미래의 고향'에서 노래 '미래의 고향'은 노들노래공장 수업이 아니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만수씨는 노들노래공장 홈페이지(nonogong.kr)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노들노래공장'에서 만든 노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음원과 악보를 제공하고 있다.
'노들노래공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2024)의 장호경 감독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언어와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고 논리적이게 보이지도 않지만, 비장애인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면 어떻게 될까. 이 수업이 비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들과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준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