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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 퀴즈, 이상한 챌린지... 의사는 왜 민심 잃었나

4년 전 파업 과정서 여론 뭇매, 정부 눌렀지만 개선 없는 의료환경...바뀐 보수 언론들도 한몫

등록 2024.02.22 14:56수정 2024.02.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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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협의회, '의대 정원 확대 반대'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권우성


정부 의료 정책에 반발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가운데, 민심은 좀처럼 이들을 향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관련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는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의사단체 또한 이를 어느 정도 의식하는 모습이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은 14일 비대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응급실 뺑뺑이 사태, 소아과 오픈런 사태, 지방 의사 부족, 긴 대기와 짧은 진료 시간 등의 문제를 체감하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의사들이 생각하는 현재 의료계의 문제와 해법을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자 부단히 노력했으나 언론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 희화화' '엘리트주의' 연이은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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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8월 6일 의대협이 공식 SNS에 게재한 '덕분이라며 챌린지' 관련 포스터. ⓒ 의대협 페이스북 캡처

 
의사들은 그간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을 상대로 대규모 총파업을 진행했다. 의사들은 꾸준히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에 대한 도전" 등의 구호를 내걸었고,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총파업 과정에선 부적절한 게시글과 단체행동 등으로 국민 희화화, 엘리트주의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8월 6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공식 SNS를 통해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시작한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정부가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를 이용해 코로나19 방역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덕분에 챌린지'를 비꼰 것이었다.

한국농아인협회 등은 "존경을 뒤집은 형태는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남을 '저주한다'와 비슷한 의미"라며 "엉터리 수어를 자신들의 파업 상징으로 사용함에 분노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의대협은 약 2주 뒤 사과문과 함께 챌린지 중단 의사를 전하며 문제의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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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는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게시물 중 일부 ⓒ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얼마 후인 2020년 9월 1일에는 의료정책연구소가 공식 SNS를 통해 '2020학년도 의료정책고사 문제지'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첫 번째 문제로 '문1)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담겼다.

선택지로는 'A.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B.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를 제시했다. 누리꾼들은 이 대목에서 "의사들의 엘리트주의가 엿보인다"며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하자 해당 게시글 또한 다음 날 삭제됐다.


윤 대통령 '간호법 거부권'에도 간호계마저 정부 지지  

당시 의협과 정부는 전공의·전임의 집단 휴진 28일 만에 '9.4 의정 합의문'을 마련했다. 합의문에는 '의정협의체 구성',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 관련 법안 내용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눈에 띄는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응급환자가 진료를 볼 수 있는 응급실을 찾아 다른 병원을 돌아다니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 아이들 진료를 위해 부모들이 소아과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 일부 의료원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여러 차례 채용공고를 내 화제가 된 '지방 의사 부족', 대학 병원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긴 대기와 짧은 진료 시간' 등 문제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엔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을 '맘카페와 브런치'라고 주장하며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 원장은 의협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에 "최근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소아과가 문을 닫는다",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라고 썼다. 이는 같은 의사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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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 ‘의대정원 확대 지지한다’‘ 대한간호협회는 1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의료개혁 적극 지지 및 의료정상화 5대 요구사항 추진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정부의 의료개혁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 을 밝혔다. ⓒ 권우성


같은 의료계의 타 직종과도 등을 돌린 점 또한 의사들이 고립된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간호법 제정 및 폐기 과정에서 간호계와의 갈등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는 과정에서 의사단체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한 간호계마저도 현 사태에선 정부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바뀌며 언론의 태도가 바뀐 것도 의사들이 민심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엔 보수 성향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꾸준히 나왔지만, 이번엔 그랬던 언론마저 정부의 방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한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275명(74.4%),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64.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 동안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엄정 대응"을 발표해 온 데 이어 지난 21일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합동 브리핑을 열어 "강제수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의협 비대위 또한 "의사가 강력범죄자냐"(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며 날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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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가운데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법무부-행안부 합동브리핑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박성재 법무부장관,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브리핑실로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의대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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