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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최고 작품" 청문회장에서도 칭찬 일색... 그가 돌아왔다

[인터뷰]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3년 임기 마치고 <전라도닷컴>으로 돌아 온 황풍년씨

등록 2024.02.28 09:50수정 2024.02.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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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12월13일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퇴임식. 직원들과 질의 응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 황풍년

 
2020년 11월 광주시의회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사청문회장에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날 선 비판이나 망신 주는 지적이 쏟아지는데 칭찬 일색이었다. 

"아무런 흠집도 찾지 못했다", "광주시 인사 최고 작품이다"…. 설립 10년 만에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순간이었다.  

황풍년(59)씨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1991년 전남일보에 입사, 국회, 정당, 행정기관 등을 취재하며 경험을 쌓았다. 언론노조 활동을 통해 공정보도와 편집권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2004년 지역밀착형 신문 <광주드림>을 창간, 3년 동안 편집국장을 맡았다. 앞서 2000년에는 전라도 사람·자연·문화를 다루는 <전라도닷컴>을 창간, 20년 동안 편집장, 발행인을 지냈다. 문화기획자로서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그림속 전라도전', '촌스럽네 사진전' 등을 열어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었다. 광주, 전주, 대구 등 여러 지역방송의 프로그램에서 MC와 패널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가치를 알렸다.

2016년 한국지역출판연대를 창립해 대표를 맡아 이듬해 한국지역도서전을 시작하는 등 지역출판운동에 불을 붙였다. <벼꽃 피는 마을은 아름답다>(2010), <풍년 식탐>(2013),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2016) 등 지역의 가치를 담은 책을 펴냈다.

2023년 12월, 3년 임기를 마친 그에 대해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지역성에 기반한 문화정책 개발과 지역 문화자산 및 전통문화 발굴을 통한 광주문화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협치를 기반으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문화기관들의 위상 강화에 힘썼고, 내부에서는 인권 친화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애지중지하던 <전라도닷컴>을 떠나 3년 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제 자리로 돌아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벼랑 끝에 선 지역잡지, 지역출판의 현장에서 어떤 궁리를 시작했을까. 지난 19일 그를 인터뷰했다.


3년간 그가 광주문화재단에서 한 일

- 광주문화재단 3년 동안 내건 슬로건이 '예술인을 존중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광주 문화의 플랫폼'이었다. 여기에 담겨 있는 뜻은 무엇인지?

"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다양성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힘껏 지원했다. 후자가 지속되어야 전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시민들도 공연·축제·전시에 문화예술교육까지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을 끊임없이 발굴해 기록하고 남길 필요도 있다. 지역 이야기가 있어야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재생산이 되고 그것이 로컬리티의 바탕이 된다. 문화재단은 시민에게 문화예술로 서비스하는 기관이다. 시민은 주권자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문화예술인들은 창작의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슬로건에는 모두를 주인으로 대접해야 지역의 문화예술이 융성해진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 조직을 신설하고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고 들었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청렴감사실을 신설, 직원들이 일상적인 청렴성을 유지하고,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속에서 자율성과 자아 존중감을 높이고자 했다. 예술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예술인 보둠소통센터를 만들었다. 원로예술인들의 인터넷 민원사무를 대행, 예술인에 대한 부당한 갑질, 성희롱·성추행 등 권리 침해를 바로잡는 법률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애인 예술 교육, 장애인 예술가 활동 지원도 한다. 

박선홍광주학술상도 제정했다. 박선홍(1926~2017) 선생은 평생 광주의 역사와 문화, 지리를 연구하신 분이다. 유족들이 내놓은 기금 5000만 원을 바탕으로 수상자에게 상금 500만 원과 출간 비용을 지원한다. 광주학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 예술인들을 지원대상으로만 여기는 관행을 바꾸는 시도를 했다고 들었다. 또 대표이사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3년을 돌아 볼 때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문화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백가쟁명'을 열었다. 문화예술인, 시민사회단체, 주민 등 여러 당사자들이 연대했다. 마음껏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주인들의 축제였고 화끈한 소통이었다. 청년예술가들의 소통창구로 문화담론지 <귄있진>을 발행했다. 제호는 지역말 '귄있다'와 매거진(Magazine)의 '진'에서 따왔다. '꼰대'들 간섭 없이 청년들이 알아서 제작·배포하고 토론·평가했다. 창작지원사업 공모 시기도 앞당겼다. 단 한 건도 특정인이나 단체의 지원을 지시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주도로 공정성을 지켰다.

기후위기 시대 예술의 역할을 놓고 광주시민방송에서 1년 동안 예술가, 기획자들이 참여하는 토론방송 MC를 맡았다. 임기 3년 내내 무등산 쓰담 산행도 진행했다. 무등산을 오르며 쓰레기 줍는 쓰담도 하고 무등산에 대한 인문·역사·지리 해설과 자연·생태 체험도 곁들였다. 

광주도 전업예술가들은 가난하다. 창작활동을 계속하도록 정책적으로 시장의 기능을 대신해 줘야 한다. 창작지원금 예산을 줄이면 생활이 아니라 생존도 어렵다. 예술가 기본 소득제가 절실하다. 인권도시 광주에 걸맞게 장애인과 노인까지 모두 장애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를 실천해야 하는데, 미흡하다. 민주도시다운 문화민주주의 실천도 아쉽다." 

"지역이 갖는 숙명적 가치를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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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민주주의 방식으로 예술현장의 의견을 모아낸 2023년 ‘백가쟁명’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황풍년

 
- <전라도닷컴>으로 복귀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돌아온다는 약속을 했지만 생각이 많았다. 그동안 직원들이 책과 잡지를 많이 만들었는데 팔지 못해서인지 쌓여있더라. 그거부터 열심히 팔아야 할 것 같다. <전라도닷컴>이 언젠가는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되도록 해야겠지만 아직은 더 많은 내용을 기록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원천 자료를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가 실현되면 좋겠다. 유튜브, 오디오북 등 새로운 콘텐츠를 모색하고 있다."

- 지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데, 현실에서 지역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역을 우주의 중심으로 삼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 지역에 무엇이 결핍됐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우리는 대개 성공한 1%에만 집중한다. 예를 들어 조선 최고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귀양 왔을 때 춥고 배고픈 그를 누가 돌봐주었는가? 주막집 노파였다. 다산의 업적은 그런 민중의 도움 속에서 가능했다. 다산만이 아니라 그를 도와준 노파도 역사의 주인공이다. 

피땀 흘려 이 땅을 지켜온 평범한 백성들의 철학과 가치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를 지탱하는 본류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들의 후손이다. 전라도 누정 문화를 최고로 치면서 누정 위의 양반들만 떠올리면 안 된다. 누정 아래 수많은 백성의 노동이 누정문화를 가능하게 했다. 공동체를 이어온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성공한 1%만을 주인공으로 삼는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모든 지역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실천하자는 말인데…

"지역 소멸을 막는 첫걸음은 '지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라고 본다. 지역이 갖는 숙명적 가치를 인식해야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연대가 커져야 한다. 그러면 지역을 지키는 것이 멋지고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지고, 다양한 생업들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뒷받침이 시급해진다."

- 지역의 아름다움과 가치 있음에 대한 보기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

"진도 맹골도 미역 채취 현장에서다. 한여름 거센 파도 속에서 낫질을 하고 밤낮없이 건조작업을 한다. 어떤 40대 출향인이 위태롭고 고된 노역을 해마다 하는 이유를 말했다.

'거센 파도 속에서 낫질을 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할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윗대윗대 할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제가 낫을 놓으면 그 모든 이야기가 사라지고 맙니다.'

그는 자신을 40년 인생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수 백 년, 수 천 년, 수수 만 년 누대에 걸쳐 이어온 역사와 생명에 닿아 있었다. 발 딛고 선 지금 이 자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었다. 지역에는 사람마다 분명한 소명이 있고 지켜야 할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 하지만 서울 사람, 도시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러 오지는 않는다.

"지금 전국이 출렁다리·구름다리 천지고 방방곡곡에 케이블카가 매달려 있다. 더 긴 놈 더 높은 놈 경쟁을 끝도 없이 하고 있다. 관광객의 비위를 맞추는 장치산업에 매달리면서 온 나라가 병들고 있다. 지역 고유의 가치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보상받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다. 지역이 가진 역사·자연·문화자산을 유료화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하는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외부에서 사람들을 불러오는 데 돈을 쓸 게 아니다.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기획을 해야 한다. 지역의 가치를 찾아내고 남기는 데에, 문화예술로 재가공하고 재창조하는 데에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지역의 자산을 공짜로 보여줄 까닭도 없다. 그걸 가꾸고 보전하는 데에도 지역의 세월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 이를테면 경남 창녕 우포늪이 있는데 무척 멋지고 그럴 듯하다. 그런데 입장료를 안 받는다. 다른 복잡한 사정도 있겠지만 서울 사람 도시 사람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

"'지역문화사' 직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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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광주동구 푸른길 공원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을 맞아 그 의미와 과정을 알리기 위해 광주시민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 황풍년


- 그런 것을 찾아내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전라도닷컴>을 통해 해왔던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 같기도 하다.

"2016년 한국지역출판연대를 창립하고 이듬해부터 한국지역도서전을 시작했다. 2015년 일본지역도서전이 계기였다. 그때 오키나와 소재 출판사가 발행한 책이 상을 받았다. 1944~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 오키나와 사람들의 피해를 담은 기록이었다. 매우 강렬했다. 이런 책을 도쿄 출판사들이 낼 리가 없다. 오키나와 출판사이기에 이런 비극을 책에 담았다고 생각했다. 지역 사람들이 지역 이야기를 책으로 대물림해야 한다. 문화의 시작과 끝은 이야기다. 모든 지역이 책을 생산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지역이 책을 생산해야만 제대로 로컬 기능을 할 수 있고 대물림도 할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 할 일을 찾고 싶다." 

- 지역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고 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많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까닭은 개별적이고 산발적인 데에 있는 것 같다.

"지역의 다양한 가치를 찾아내 전승하도록 하는 사업이 폭넓게 공감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당장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뜨는 K-컬처의 지속가능성과도 관련된다.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생명력은 각 지역의 로컬리티를 얼마나 풍부하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가진 다양한 문화자산을 구술, 자료 수집, 기록, 아카이빙해서 보전해야 한다. 한국 문화가 다양한 서사와 문화예술 콘텐츠 창출을 할 수 있느냐 여부가 달린 작업이다. 문화원, 문화재단, 행정단위에서 하고 있지만 산발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을 전담하는 공무원 직렬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문화사'든 '지역문예사'든 상관없다. 적어도 전국 읍·면·동 단위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30여 년 전 사회복지직이 처음 신설됐을 때 하는 일도 없어 놀고 있다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복지직이 없는 주민서비스는 생각할 수 없다."

- '지역문화사'(가칭) 직렬이 만들어지면 진짜 좋을 것 같다.

"이런 직렬을 만들면 지역의 사람·자연·문화·역사에서 고유한 로컬리티를 발굴하고 서사를 엮는 작업을 체계적·전국적으로 할 수 있다. 파급효과가 크다. 지역소멸은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 '지역문화 뉴딜정책'에 과감하고 획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지역대학에 관련 학과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력 수요가 생겨나면 지역대학들은 그런 인력을 양성해 공급한다. 일석사조 아니라 일석오조의 효과를 낸다. 

첫째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둘째 지방대학이 활성화된다. 셋째 지역사회에 생기가 돌며, 넷째 지역의 로컬리티와 서사가 풍성해진다. 다섯째로 한국 문화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진다. 

이렇게 폼나는 일인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먼저 시작해 놓고 봐야 한다. 다른 관련 기관들과 업무 중첩은 조정하면 되고 여타 예상되는 부작용은 과도기로 여기고 겪어내면 된다. 지역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시도가 될 수 있다."

- 지역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면 좋겠다. 추진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전국에 얼마나 많은 우주의 중심이 있는가. 하나로 힘을 합하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황풍년 #전라도닷컴 #광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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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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