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한라대 신입생 입학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최성규(80, 오른쪽) 할머니
원주투데이
1944년생인 최성규 할머니는 살아오면서 가슴 한편이 늘 시렸다. 강원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 두메산골에서 사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할머니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열세 살 때부터 동생 뒷바라지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다. 학교에 갈 수 없어 친구들이 등·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매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마다 자신도 마음껏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위안했다.
어느덧 5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동생들과 자녀들은 모두 장성했다. 집안 살림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자 최 할머니는 2020년에 한국 YMCA 원주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4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몸이 아파 단 하루 학교를 빠진 일 말고는 악착같이 학업에 매달렸다.
중등학교 과정을 마치자 또 다른 꿈이 할머니의 가슴 속에서 꿈틀거렸다. 어렵게 시작한 학업이니 대학 공부도 해보자는 의욕이 생겼던 것이다. 때마침 한라대에선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학위과정을 운영했다.
이 소식을 듣자 과거 양복 공장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부터라도 대학에 입학해 경영을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라대 미래라이프융합대학 미래경영학과에 합격하면서 올 3월, 대학 입학의 소원을 이루게 됐다.
지난 달 29일, 손자·손녀 또래의 학생들과 입학식장에 나란히 서게 됐다. "스무살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정"이라는 최성규 할머니는 "늦게 시작한 대학 공부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벅찬 포부를 밝혔다.
한라대는 최 할머니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김응권 총장은 "아무리 많은 나이도 배움에 대한 의지를 막을 수 없다"라며 "최성규 학생은 평생 학습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롤모델"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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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생 할머니, 대학 신입생 되다... "늦었지만 최선 다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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