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 작가가 시간을 보내는 개인 카페.
박순우 작가 제공
- 시중에 이미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잖아요. 시장에 또 하나의 글쓰기 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그런 책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하려고 했는지, 어떤 부분을 유념하면서 썼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글쓰기 책들이 가진 방향을 살펴보면, '잘 쓰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 있는 것 같았어요. 매끄러운 글은 어떻게 쓰고, 문단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등등…. 심지어는 글로 어떻게 하면 유명해지고 돈을 벌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도 있죠. 그런데 글 잘 쓰는 방법보다 중요한 건, 일단 써야 할 거 아니에요?(웃음)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데, 써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일단 쓰는 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잘 쓰는 건 둘째 치고, 일단 그냥 쓰는 일상으로 나가는 것까지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줘야 해요. 제가 직접 부딪히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 책을 통해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자기만의 이야기를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어려운 건 기술보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 글쓰기 책을 쓰시면서 도움을 받거나 영향을 줬던 작품이 있나요?
"사실 책을 쓰면서 다른 작품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오히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글쓰기 책은 의식적으로 안 읽었고요, 박완서 작가를 개인적으로 제 글쓰기의 고향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분이 육아하다가 마흔이 넘어서 글쓰기에 도전했잖아요. 그 부분이 정말 존경스럽고, 자기가 겪은 일들을 정말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팔딱거리는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걸 보면 나도 더 솔직하게, 살아있는 언어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글쓰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죠. 어떤 계기로 열게 됐고, 어떻게 꾸준히 이어나가는지 궁금해요.
"매일 쓰는 삶을 사면서 저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주변 사람들부터 같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쓰는 삶으로의 변화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처음에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찾아오신 분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려움이 되게 많았어요. 에세이를 쓰는 모임이다 보니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야 하잖아요? 합평을 하다보면 글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기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셔서 제가 말을 좀 사려 깊게 할 필요가 있었고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죠.
그런 여러 경험을 하면서 쓰는 삶으로 이끈다는 게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웃음). 그런데 쓰면서 자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 분들이 결국 끝까지 쓰게 되더라고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 분에게 '그런 질문을 이제 던져보세요'라고 권유해드리기도 했죠."
- 지금의 글쓰기 모임을 글방으로 확장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모임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좀 써본 분들도 있지만 아예 그런 경험들이 없는 경우도 있죠. 그런 분들에게 벽을 허물게 하는 클래스도 생각하고 있고요, 조금이나마 그런 경험을 해본 분들이 계속 쓰는 삶이 일상이 되도록 붙잡아드리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그 중 모임 하나에서는 저도 같이 글을 쓸 것 같네요.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건데 제가 더 많이 배웠거든요."
- 혹시 아이들한테 책을 더 많이 읽히신다거나 글쓰기를 봐주신다거나 그러시나요?
"제 기질이 억지로 시켜도 마음에 안 들면 절대로 안 하는 스타일인데, 제 아이들도 그래요. 너무 강요를 하면 반감을 가질까봐 조심스럽더라고요. 제가 어쨌거나 계속 쓰는 일상을 살다보니, 아이들 옆에서 자연스럽게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곤 해요. 아이들이 그걸 일상적으로 보는 건데, 사실 책 내는 것도 아이들이 먼저 저한테 물어봤어요. 엄마는 맨날 글 쓰는데 왜 책 안 내냐고. 엄마 글은 다 어디에 있냐고(웃음). 그럴 정도니, 어느 순간부터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저 책은 저번에 엄마가 읽었던 책이네'라고 기억하더라고요. 결국,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 스며들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책에서 제일 애정하는 챕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 글인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결국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알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쓰는 삶으로 나아가는 게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점이라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글쓰기의 시작을 그런 마음으로 대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 거죠."
- 여행을 결심하면서 앞으로 글 쓰는 삶을 살기로 하셨다고 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삶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습관을 만드는 게 되게 어렵잖아요. 저도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관성처럼 글을 쓰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제가 쓸 수 있는 글의 장르에 한계를 짓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글 하면 역시 소설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보니 아무도 압박을 주지 않았는데 제 스스로 압박감을 주고 있었거든요(웃음)."
- 그때 당시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셨던 건가요?
"약간 고리타분했던 거죠. 특히 예전에는 작가로 살려면 무조건 등단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잖아요? 저 역시 글 쓰는 삶을 살려면 당연히 등단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꼭 등단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냥 쓰면 되겠다, 라고 생각이 바뀌게 됐죠. 글을 쓰면 쓸수록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 두 번째 책 계획도 있으신지.
"이번 책에 맛보기처럼 제 에세이를 몇 편 넣었거든요? 온라인에서 저를 본 사람들은 제가 어떤 글을 써왔는지 알지만, 책으로 처음 저를 만난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제가 원래 이런 글을 써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중간중간에 에세이를 넣은거였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지금 생각 중인거로는 아예 에세이만 묶은 책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혹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에세이를 접목해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 책의 제목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모든 사람이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로 그 욕구를 분출했으면 좋겠는데, 처음에 시작하는 게 어려우니까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그걸 글로 풀어내 봤으면 해요. 그러다 보면 습관이 되는 거죠. '내가 무슨 글쓰기야', '나는 제대로 된 문장도 구성 못 하는데' 이런 나 자신을 틀에 가둬놓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으시고 그냥 쓰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막 쏟아내듯이 뱉어내다 보면, 분명 계속 쓰게 됩니다. 또, 여러 사람이랑 같이 글을 써보세요. 그러면 다른 사람 글을 보면서 내 글을 또 다듬게 되고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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