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없고, 바지선 바닥에 구멍을 뚫어 대변을 보면 그대로 바다로 배출되었다. 가스레인지로 물을 데워 사용했고, 세탁 시설이 없어 바닷물로 세탁했다. 먹는 물과 흰밥 이외의 식사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권익위
권익위 조사결과, A씨는 사업주로부터 정당한 숙소를 제공받지 못했고, 바다 위 바지선 쉼터에서 지내며,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한 것은 물론이고 그 밖에 부당한 처우도 함께 받고 있는 점이 확인되었다.
바지선 위 생활 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는데, 바닥에 구멍을 뚫어 대변을 보면 그대로 바다에 배출되었다. 가스레인지로 겨우 물을 데워 사용하도록 했고, 세탁 시설이 없어 바닷물로 빨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먹는 물 공급이나 흰밥 이외의 식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권익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A씨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도록 고용노동지청에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권익위, 사업주 귀책 인정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사업주 손을 들어줬던 고용노동지청은 8개월 만에 태도를 바꿔, 권익위 의견을 수용하였다. 결국 A씨는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고, 체류 자격도 회복하였다. 바지선을 탈출한 지 1년 만에 사업주 귀책을 입증하고 권리 구제를 받은 것이다.
한파 경보가 발효되었던 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의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사망 직후 부검에서 질병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였지만, 논란 끝에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는 "난방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가건물 기숙사에서 한국의 추운 겨울을 지내며 건강이 치명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산재를 승인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 등 숙소 상태가 열악한 경우 고용허가제를 불허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이행 기간 농가는 숙소시설을 정비하도록 하고,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열악한 숙소를 사유로 사업장 변경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이 농·어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하였는데, 추운 겨울 바다 위 판잣집에서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를 목격하고도 고용노동부가 이 문제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음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유엔 "인신매매의 핵심은 착취"
2018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행위만을 인신매매로 여겨왔다'며 하지만 유엔(UN)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의 핵심은 '착취'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신매매 가해자는 사람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 합당한 대가 없이 노동력을 착취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성매매 강요 등을 통해 성을 착취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가 한국의 어선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노동을 당하는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