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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하면 이용 당하기 쉬운 선거철, 이렇게 해봅시다

어머니의 왜곡된 기억... 수많은 콘텐츠들 사이 확증편향 피하려면 필요한 것들

등록 2024.03.26 11:20수정 2024.03.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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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테슬라가 자율주행 안 한단다카대~"
"네?????"



함께 식사하기로 한 주말에 어머니는 믿기 힘든 소식을 전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포기하다니. 어제 뉴스에서 본 내용이라고 이야기한 어머니는 예전부터 그게(아마도 '완전자율주행') 불가능할 것을 알았다며 당신의 안목을 자찬했다.

과거, 나중에 Level3 이상의 자율 주행차를 사서 고속도로에서 운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아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나(아들)의 말 같지 않은 말을 들으며 부정하던 어머니. 허망한 표정을 한 아들과 다르게 아들이 걱정됐던 어머니의 표정엔 왜인지 만족감이 깃들었다. 모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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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더 잘 보이나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 남희한

 
기대에 찬 어머니의 표정을 보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그럴 리가 없다. 테슬라는 FSD(Full Self Driving), 완전자율주행을 위해 위성까지 이용하는 기업이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앞서 있는 확고한 1위의 입장에서 사업을 중단한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엄마, 그거 어디서 보신 뉴스예요?"
"그게... 어제 M**에선가? 봤지... 진짜야~ 내가 똑띠 봤단께!"


'에선가?' 움트기 시작한 의심의 싹이 제대로 자라났다. 분명하지 않은 말투와 불필요하게 높아지는 목소리 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전형적인 '우기기 패턴'이었다. 이미 뱉어낸 말이 사실을 의심받을 때면 별 수 없이 나오는 반응.

"혹시, 어디 유튜브에서 보신 거 아니에요? 테슬라가 직접 발표한 거 맞아요?"
"아이라~ 뉴스서 본 거 맞단께. 그 어디고.. 애플이 뭐라더라..."



애플? 갑자기? 어머니는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중단한다고 했고, 테슬라도 중단 한다고 했'던것 같'다고 눈치 채기 어려운 태세 전환을 시도했다. 오호라. 그 미묘한 변화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몇 가지 질문과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하니 어머니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뭔가 자신감이 뚝 떨어진 모습.

살짝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나로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실은 얼마 전부터 아이들 주식계좌에 테슬라 주식을 한 주씩 담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FSD(완전자율주행)가 테슬라의 아주 큰 축 중 하나인데, 만약 정말로 그걸 포기했다고 하면 팔아야 하기에.
 
"그러니까.. 그게... 분명히 포기한다고 켔는데..."


민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머니.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에 미안한 마음이 들 때쯤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도착 알람이 울렸다. 그때 깨달았다. 그냥 검색해보면 되는 거였다.

찾아보니 역시나,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포기한다는 기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사가 있긴 있었는데,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향후엔 AI(인공지능)에 집중하겠다고 했다는 기사였다.

짐작은 했지만, 그 과정에서 테슬라의 몇 가지 좋지 않은 사례가 참조영상으로 나왔고 어머니는 그 영상을 보고선 듣고 싶은 뉴스로 각색하게 된 거였다. 자기 생각과 일치하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의 사례였다.

확증편향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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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자율주행에 대한 상반된 검색 결과 ⓒ Google

 
실제 인터넷 검색 창에 "완전 자율주행 성공", "완전 자율주행 실패" 이 두 가지를 번갈아 입력해보면 확연히 다른 온도차의 검색 결과가 나타난다. 검색자가 원하는 결과를 찾아 주는 것이 검색 기능이기에 이는 당연한 결과로 보이지만, 편향에 사로잡힌 검색자에게 더 확신과 확증을 가져다주는 일이기도 하다.

목적을 가지고 검색하거나 별다른 생각 없이 접근하면, 너무도 쉽게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를 얻게 된다. 정보 출처를 확인하고 신뢰할 만한 이야기인지 재확인하는 등, 인터넷 시대에서 끝없이 뿌려지는 많은 글과 영상들을 걸러 봐야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누군가가 대신 해주기란 어렵고, 스스로가 늘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향이 강화되고 또 강화되어, 같은 사실조차 완전히 다른 두 사실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많이 사용하고 있는 ChatGPT는 치우친 견해를 어느 정도는 배제하고 균형 잡힌 사실을 알려 주려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당연히 완전하지는 않다). 단어 위주의 질문에 대해 어떤 입장과 시각에서의 대답인지를 명확히 한다. 또한 어떤 식의 질문이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피력하고 언제나 반대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중도에 있어선 어떤 경우엔 사람보다 나아 보인다.

물론 이렇게 친절히 설명을 늘어놓아도 '원하는' 정보를 찾는 사람에겐 일부 글만 보일 테다. 매순간 '입장'이란 것을 가지기 마련인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사실 이런 상황이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나만해도 회사에서 보고 자료를 만들 때면 계획을 뒷받침하는 사실과 의견만 찾곤 하니 말이다.
      
수많은 선거철 기사들, 이해는 하지만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수많은 정치 기사들이 쏟아진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여기저기서 팔딱댄다. 딱히 현실성이 없는 공표나 호언장담이 기사거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비밀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한 편에선 사실이라 하고 다른 한 편에선 거짓이라며 목에 힘을 준다.

이런 편가르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로부터 재양산되는 기사와 수많은 가십과 갑론을박의 목적을 살펴보다 보면 어째서 그런 무의미해보이는 일을 '열심히' 하는지 알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면 그 관심의 끝엔 유권자의 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 최종점에 닿기 위해, 혹은 상대가 닿지 못하게 하기 위해, 관계자들은 입에 담기 힘든 발언과 억측을 쏟아내고는 한다.

이해야 할 수는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일말의 포장이나 근거 없는 발언을 하기도 하니까.

문제는 이 의도된 행위가 힘을 얻는 과정이다. 그 힘은 보통 유수의 언론매체와 대중이 실어 준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일부 자의적으로 재해석해 과장한 콘텐츠를 너나 할 것 없이 퍼 나르곤 한다. 글로, 영상으로, 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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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열리는 22대 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온 25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종합상황실 현황판에 후보자 등록현황 등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에게 편향을 부추긴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편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그렇게 세간의 관심을 받은 사안이나 사람의 유명세(좋든 나쁘든)가 높아지면서, 정작 제대로 알려져야 할 사실이나 의견은 거기에 묻혀 상대적으로 잠잠해지고는 한다. 사람들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그럴 것이다. 매번 겪는 일고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눈에 뻔한 의도를 지닌 콘텐츠가 목적을 달성해 가는 과정을 보면 내심 불편하다.

악의적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이들을 막을 방도는 없다. 이 시대에 콘텐츠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 그 어마무시한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방벽을 높이 쌓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선한 역할을 기대하기보다는 나에게 다가오는, 의도대로 내 생각을 움직이게 하려는 거대한 쓰나미같은 정보를 피하고 걸러 들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선 의심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말은 쉽지만 실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만 쓰나미 속에서도 올바르게 설 수 있을 테다.

AI로 인해 사람 설 자리마저 걱정하는 이때, AI가 지닌 균형 잡힌 시각을 사람들도 조금 갖춰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똑바로 서야만 제대로 걸어 갈 수 있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제는행복한중년 #확증편향 #뉴스 #콘텐츠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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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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