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성찰과성장
시민사회차 처한 위기에 간략히 요약했다. 독자 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시민사회 활동가로 일하는 중인 기자로서는 많은 고민이 든다.
시민사회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원인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담론 부재
담론의 부재가 한국 시민사회의 위기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공석기 교수는 자신의 저서(공석기 외 2인, 2023)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시민사회에는 시민을 움직이는 독자적인 담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얻었다.
"사실 저는 '시민운동에 담론을 얘기하는 게 좀 과한 요구다' 이런 생각이 좀 드는데 '시민운동이 시대적 담론을 꼭 형성해야 되느냐, 가져야 되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2022 집단분석 녹취록>, 91~92쪽, 활동가 B)"
"현장 활동가들은 한계가 있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연구할 환경도 안 되고, 그런데 이런 것들은 소위 전문가들, 그런 사람들이 좀 받쳐주고 지원해주고 해야 되는데, 그런 현상들이 이제 많이 떨어지고 보니까, '담론'까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 책, 78~79쪽, 활동가 D)"
시민사회 내부의 독자적 담론 형성의 중요성과 동시에 현장 활동가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드러난다. 활동가들의 솔직한 고백은 한국 시민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편향(강한 정파성)
정치적 편향, 즉 강한 정파성은 시민사회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민사회의 핵심은 사회 전체를 대변하고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정계와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과도한 정파성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된다.
원준호 한경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완전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의 정치성은 필연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정파성을 지나치게 따를 경우, 이는 시민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초래하고, 사회 전체의 정치적 대립과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200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도 "시민운동의 생명은 비정파성에 있다"고 강조한다(2022). 이는 시민단체가 공익을 우선시하고 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데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재정 자립 부족
시민사회의 고질적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이상적으로 시민사회는 시민과 회원의 후원을 통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재정 자립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존과 생계 문제로 인해 제도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도와 협업(보조금, 용역, 기업 후원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재정적 압박은 심해지고 활동가들이 점점 시민사회를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시민사회 특성상 인적 자원의 유출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젊었을 때는 혼자라 돈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가족이 생기면서 그럴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처럼, 재정적 어려움은 중견 활동가가 사라지고, 미래를 이어갈 청년 활동가 유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일방적인 운동 방법 & 문어발식 운동
일방적인 운동 방식과 문어발식 운동은 '시민 없는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문제이다. 시민사회가 시민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를 드러낸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논의가 초기 단계인 이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자신의 주장만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박병옥 2007). 이 과정에서 시민은 운동의 무대 뒤로 밀려나고, 결과적으로 엘리트 중심의 시민운동이 진행되는 상황이 나타난다(정시구 2019).
다양한 활동에 이름만 걸쳐 놓는 문어발식 운동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연대의 중요성을 이유로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이름만 올리거나 얼굴만 비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운동 방식은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사회가 무책임하게 활동만 확장하는 것으로 보여질 위험이 있다.
전문성 취약으로 인한 문제 해결 능력 하락
전문성의 취약함으로 인한 문제 해결 능력의 하락은 시민사회의 또 다른 도전과제다. 시민사회 인터뷰에서 활동가 A는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시민사회보다 후진적이었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문제 해결 능력에서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임팩트 같은 기업에서 만든 문제 해결 툴킷을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솔직히 말한다.
이와 관련해 동일 연구에 참여한 고위공무원은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 간의 관계를 대등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다. 그는 세 주체 간의 관계를 '"대학생과 초등학생과 같은 것"으로 비유하며, 시민사회를 정부나 정당이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존재로 냉소적으로 평가했다(<2022 집단분석 녹취록>, 68~69쪽, 고위공무원 E).
시민단체에 대한 감시의 부재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내부 감시의 부재는 주목할 문제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나 기업에 대해 예리한 감시를 행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력 부족, 비용 문제, 상호 신뢰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내부 투명성 확보를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용환 사무총장은 "회원 중심의 운영보다는 대표와 임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의 시민단체가 사상이 비슷한 단체 간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심이 되며, 서로를 견제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