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추억DJ정지영 씨가 LP를 턴테이블 위에 올리고 있다
김경내
내가 20~30대 때 음악 감상실이나 음악다방에 드나들면서 듣던 귀에 익은 노래가 나왔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면 숨죽여 듣기도 하고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가볍게 몸도 흔들며 사람들은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면 박수를 하기도 했다.
음악을 듣노라니 지난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마술사의 입안에서 쉼 없이 줄줄줄 이어 나오는 종이 줄기처럼 내 기억의 저편에서도 끊임없이, 잊은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다시 솟아났다.
재즈의 DJ 겸 해설자는 인카금융서비스(주)에서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로 근무 중인 정호열씨다. 정씨는 음악이 좋아서, 특히 재즈가 좋아서 현직에 있는 바쁜 몸이지만 짬을 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재즈 시간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연세 드신 어르신 한 분이 재즈 선율에 맞추어 가볍게 리듬을 타고 계셨다. 그 옆에서는 젊은 여성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 어르신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잠시 물었다.
"죄송하지만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젊은 여성이 어르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희 아버지예요."
"아하,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 참 보기 좋아요."
"아버지께서 음악을 좋아하셔서요. 요즘은 연기 아카데미에도 다니셔요."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인생 2막을 시작하시려고요."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나는 어땠을까
젊은 여성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그 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얼굴의 주름이 여유로 보였고, 미소는 한 세월을 잘 살아낸 연륜이 엿보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한 그들. 이제 즐기는 모습들이 참 한가로워 보였다.
잠시 질문 하면서 나는 속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우리 아버지도 살아계신다면 나는 저렇게 모시고 다니면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것을 같이 했을까? 대답은 '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안 계시니 그나마 회한이라도 들지만, 막상 살아계셨다면 뭔가 함께 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만가지 이유를 갖다 대면서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 보면 부모님은 이미 안 계신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것이다.
오늘 저 여성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청중들이 대개 7080 세대였기 때문이다.
한 번 수강 신청을 하면 3개월씩 수강을 해야 하는 틀에 짜인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참 좋았다. 내가 듣고 싶을 때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해도 되고,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한 번 입장할 때 입장료 3천 원을 내면 차도 한 잔씩 대접한다. 재즈를 좋아하면 재즈 하는 날, 올드팝을 좋아하면 올드팝을 하는 날 가면 된다.
재즈와 올드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참여해서 음료를 마시고 싶으면 개인 컵을 가지고 가야 한다.
신청은 성동구 50+ 홈페이지나 현장에서 가능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90분 간, 입장료는 3천 원이다. 앞으로 4회 정도가 남아있다.
보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성심을 다해 좋은 음악을 고르고,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해설을 할까 고민하고 손님들에게 즐겁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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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음악 들으며 옛 추억 나눈 시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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