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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10 총선1596화

"대국민 담화라 카기에 기대 걸었지예..." 술렁이는 울산

'의료개혁' 관련 대통령 담화를 보는 울산 민심... "선거판서 국힘 죽으라는 것"

등록 2024.04.04 10:34수정 2024.04.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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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입구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박석철

 
"대통령 담화가 기대에 많이 어긋나지만 당초 지지하는 후보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 울산 남구 신정시장 찾은 시민
"이번 대통령 담화는 해결책이 아니고 싸우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마이너스 작용을 할 것 같다. 나도 평소 생각해 두었던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고민하고 있다." - 신정시장 상인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틀 전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가 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6개 지역구를 독차지해 온 울산에선 이번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울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구는 남구갑과 동구, 북구 등으로 특히 남구갑은 더불어민주당 7호 영입인재 전은수 변호사와 현역 이채익 의원의 컷오프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 받은 김상욱 후보가 맞붙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여론조사꽃이 지난 3월 26일~27일 울산 남구갑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김상욱 후보 39.8%,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후보 39.6%으로, 0.2%p 차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 개요 하단 참조). 이 때문에 지난 2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울산을 찾아 후보들과 함께 지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담화 메시지가 뭔지 모르겠다... 깝깝"

이렇듯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 한 구의원은 지금이 선거 기간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의견을 냈다. 그는 "이번 대통령 담화를 들어보니 진정성이 좀 덜한 것 같더라"면서 "좀 답답한 것이, 꼭 일이 터지면 뭔가 반성하고 해결하려고 하니 깝깝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리미리 선제적으로 대응을 못하는 것 같다"며 "그리고 메시지가 뭔지를 모르겠더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의사들 뜻을 들어준다는 것인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시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의대생 2000명 증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했지만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정책을 반대하는 의사들과 협의를 하겠다는 것에서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고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행하려고 했지만 못 한 것을 윤 정부가 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꼭 필요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울산지역에서 꾸준히 중도로 평가 받아오며 지역마당발로 불리는 지역 기업인은 "그건 담화도 아니지, 자기 고집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선거판에서 국민의힘은 죽으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다. 저런 지도자는 평생 처음 본다"라고 혹평했다. 

울산 남구와 울주군에서 봉사단체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한 지역 인사는 "이번 대통령 담화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며 "그 이유는 울산 남구갑 국민의힘 공천이 엉망이라서"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해결되겠지, 했는데... 결국 사태를 악화시키는 내용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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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 남구지역 한 도로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박석철

 
거리에서 만난 울산 시민들의 의견은 이보다 신랄했다. 대통령 담화가 생중계되던 1일 울산대병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후반의 주인은 TV를 보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국민이 원해서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한다는데, 과연 국민의 의견을 들어보기는 했나, 국민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병원에 오가는 손님들이 식당에 오면 이구동성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너무 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모두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2일 자신을 50대 초반이라고 밝힌 택시 운전사는 대통령 담화에 대해 "아이고, 답답하지예. 대국민 담화라 카기에 기대를 걸었지예. 뭔가 타결책을 내놓는 줄 알았더니 의사들이 반대하는 2000명 대학 정원만 강조하니 안 답답하겠는교"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에게 담화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을 묻자, "전에는 대통령 담화가 나오면 손님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 의견을 말했다 아잉교. 그런데 이번에는 담화에 대해 이바구 하는 손님이 없네요. 관심이 없는 건지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일산해수욕장 바닷가에서 맨발걷기를 하던 40대 후반 여성은 "제가 암 수술 후 울산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치료 지연은 없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의사 파업이 길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담화한다길래 극적으로 해결되겠구나 하고 관심을 가졌는데 결국 사태를 악화시키는 내용이더라"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후보측은 이번 담화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하며 반색하고 나섰다. 캠프측은 3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초 대통령 담화가 있다기에 '의대 정원을 대폭 줄이는 깜짝쇼를 하는 것 아닌가'히고 긴장하고 지켜봤다"면서 "하지만 50분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모습에 '이게 뭐지'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 캠프에 다녀가시는 분이나 혹은 주변에서 한결같이 '이번 대통령 담화는 해결책이 아니라 국민의힘에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 놓으시는 걸 보면서 저쪽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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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지역 한 도로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박석철


- 울산 남구 갑 여론조사 개요
조사방법은 무선 ARS 91%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 유선 ARS 9% 유선전화번호 RDD 비율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주요 지리정보

#대통령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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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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