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내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권우성
휴대전화 전자정보 통째 보관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대검찰청이 배포했던 보도자료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또 발견됐다. 이에 따라 문제의 자료에서 근거로 제시했던 판례 4건이 모두 엉터리로 드러났다.
현재 조국혁신당은 문제의 보도자료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황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허용 범위를 넘어서 위법적으로 수사 대상자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를 복제·보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5일 대검은 이를 반박하는 보도참고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법원도 휴대폰 전체 이미지(복제본) 보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제시한 두가지 판례(대법원 2021모1586 / 서울고등법원 2022노594)가 사실은 정 반대 취지인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산 바 있다. (
[관련 기사] 검찰 급했나... '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https://omn.kr/27zlu)
그런데 대검은 해당 자료 후반부에 휴대폰 전체 이미지(복제본) 보관이 필요한 구체적인 사례로 두가지 1심 판례를 제시했는데, <오마이뉴스>가 해당 판결문 전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 또한 검찰 주장과 거리가 있거나 정반대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엉터리 사례 ①] 휴대폰 전체 보관하지 않아 입증 불가능했다?
첫 번째 판결은 직장 상사의 강제추행 사건(안양지원 2021고단1535)이다. 대검은 이 사건에 대해 "대검은 전체 이미지파일을 보관하지 않아 그 주장(피고인의 주장-기자 주)이 사실인지 확인이 불가능"했던 사례로 제시했다. 아래는 보도자료에서 대검이 밝힌 내용이다.
-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범행 당일 피고인으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피해일시를 특정함
- 최초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피해자와 피고인의 통화내역을 복원하여 증거로 압수하면서 전체 이미지파일는 삭제하였음
- 법정에서 피고인은 사설업체의 포렌식결과를 제시하면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통화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법원이 대검에 감정을 의뢰하였으나, 대검은 전체 이미지파일을 보관하지 않아 그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이 불가능하였음(검찰이 전체 이미지파일을 보관하고 있었다면 통화내역의 초기화 이력 여부, 사용시점 등 특정 가능)
대검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 사건은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통째로 복제·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 입증에 차질이 생긴 사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 내용은 검찰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1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되지만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유죄 입증에 성공한 것이다.
대검이 언급한 통화내역 관련 내용은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이 아니었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 아래는 판결문 내용이다.
피해자는 일관되게 상당한 시간 동안 피고인과 전화통화로 만날 장소를 정하고 나갔다고 진술한 점, 휴대전화 포렌식에 의해서도 데이터가 완전 복구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은 아니다.
판결문에는 대검 설명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재판부는 "검찰청의 포렌식 결과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이 사건 범행 직전 여러 번의 통화를 시도한 흔적이 실제로 발견됐다"라고 밝혔다.
이 판결 이후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유죄 판단은 뒤집히지 않았고, 검찰과 피고인 모두 상고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결국 이 사건은 휴대전화 전자정보 통째 저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통째로 저장하지 않더라도 유죄 입증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