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식에 좋은 삼두마을, 당 할아버지 모시게 된 이유는?

완도 외진 마을에 깃든 이야기

등록 2024.04.05 10:14수정 2024.04.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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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전남 완도 군외면 소재지에서 서부도로를 달리면 해넘이 공원을 만나게 된다. 해넘이가 아름다운 공원을 지나면 처음 만나는 마을이 삼두리다. 삼두리는 밀양박씨(密陽朴氏)들의 자자일촌이다, 138가구 중 117가구가 밀양박씨다. 1789년에 발간된 호구총수(戶口總數)에 의하면 삼두리는 해남군 은소면의 노구미(老仇味)라는 아주 외진 어촌마을이었다.

1896년 완도군이 설군되면서 해남군 은소면이 완도군 군외면으로 바뀌었고 삼장안(三長岸)마을과 두읍마을이 합쳐지면서 첫 글자를 따서 삼두리가 됐다. 

지주식 김양식 하기 좋은 마을

오늘날 삼동청소년수련원 주변 삼장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근대에 들어서면서 김양식이 활발히 이루어지자 양식어업의 필요에 따라 바닷가로 이사를 하고 새로이 터전을 잡아 마을을 이루면서 삼장안은 사라지고 삼장안과 두읍리가 합쳐져 마을이 새로 태어난 것이다. 

삼두리는 농사도 많은 마을이다. 마을 앞 바다는 적당한 수심과 갯벌이 좋아 지주식 김양식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김 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어촌마을이지만 산골(마을 앞 들녘)과 쟁천불(바닷가 쪽에 있는 들녘)에서 수도작 농업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둔덕을 개간한 밭에서는 해풍 맞은 고추와 봄동이 마을의 특산품으로 생산된다. 섬마을이지만 쌀밥을 넉넉히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완도군의 대표적인 반농반어 마을이다.  

삼두리 마을에는 마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삼두팔경이 전해오고 있는데, 이 중 제 3경인 농로열부(農路烈婦)는 농사를 지으며 농번기 때 부녀자들이 서로 상부상조하였는데 품앗이를 하면서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여자들의 행렬을 가리키는 것으로 풍요롭고 평화로웠던 농촌을 이야기하고 있다. 


완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섬 큰애기 쌀 두말 못 묵고 시집간다.″ 

섬에서는 쌀을 생산 할 수 있는 물과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명절이나 집안의 제사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쌀밥을 먹기가 어려운데 삼두마을은 마을 앞 농토가 어느 정도 있어서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마을이다. 

반농반어 마을인 삼두마을도 기본적으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니 매년 정월 초 이튿날 당 할아버지와 당 할머니를 신격으로 당제를 모신다. 마을 앞에는 주민들 모두가 신성시하는 당 숲이 있다. 

당 할아버지 모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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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이 당 숲은 아주 단정하게 정형화되어 있는데 지금도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며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그 이유는 1989년 외부에서 무당들이 찾아와 굿을 하고 당 할머니를 모시고 가버렸다고 한다.

그 후 마을에서 크고 작은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는데 어느날 한 주민의 꿈에 당할머니가 나타나 ″무당이 나를 홀로 데려가 버렸다, 몹시 외로우니 당할아버지를 내 옆에 데려다 주라″하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마을에서 이 선몽에 대한 이야기가 돌자 1993년 마을 총회를 거쳐 진도에서 영험한 무당을 모셔와 큰 굿을 하여 당 할머니를 다시 모시고 산속에 있는 할아버지 당의 당 할아버지도 같이 모셨는데 그 후로 마을에서 애사(哀事)가 없어지고 김이 풍작을 이루었다고 한다. 

당 숲은 마을 앞 산골이란 들판에 있는데 1,500㎡(약 500여평)의 넓은 땅에 가장자리에는 사철나무를 빙 둘러 심었으며 몇 그루의 동백나무도 같이 자라고 있다. 

그 중앙에 목신당(당집)이 자리하고 주변으로 목신당을 수호하듯 수령 300여년의 느티나무 네그루와 수령 150여년의 두그루가 당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 느티나무는 완도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관리되고 있다. 느티나무 여섯 그루 중 두 그루는 외과 수술을 받았으며 그중 한그루는 수세가 약해 지주대로 가지를 지지했다. 나머지 네 그루는 수세가 매우 강해 여름이면 녹음이 진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물든다. 특히 당집 바로 옆 느티나무는 수고가 21m, 흉고둘레는 4.3m로 외상도 없을 뿐 아니라 신목으로 더 없이 훌륭하다.   

이 당 숲에서 정월 초 이틀날 축시(丑時)에 당제를 모신다, 신체는 당할아버지와 당할머니이다. 구축내용은 마을의 무사안녕과 수산물(김)의 풍작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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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마을 주민 정옥자(73. 전 삼두마을 부녀회장)씨가 당 숲을 설명했다.

"옛날에는 지금같이 당 숲이 깨끗하지 않았어요. 당집도 초가집이고 잡목도 많고 풀도 우거지고 그냥 논 가운데 땡그러니 있었는디 마을에서 총회를 거쳐 1980년대 초에 당집을 새로 짓고 당 숲을 깨끗하게 정비하여 지금까지 오고 있어요.

당 숲 나무는 절대로 안 건드리는데 당 숲의 나무를 베는 것은 물론 바람에 가지가 부러져도 자연적으로 부러진 가지도 함부로 하지 않해요. 그래서 당 숲 한쪽에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한데 모아 두었어요. 나는 옆에 초평에서 시집을 왔는데 신혼 때 시할아버님 말씀이 옛날에 한 주민이 당 숲의 나무를 사용하였는데 큰 변을 당하고 반신불수가 되었다고 당 숲 주변에서는 행동을 주의하라고 당부했어요. 지금도 당 숲 주변에서는 주민 모두가 행동을 조심하죠, 10여년 전만해도 우리 마을에서 상여가 나가면 반드시 당 숲을 비켜서 나갔어요.″


그러나 삼두마을도 당제를 모시는 제주로 선정되면 생활이 다른 마을 제주보다 제약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농악을 칠 사람이 없어 올해부터는 마을회관에서 간단히 제찬을 준비하여 당제를 모셨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 #삼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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