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정남면 당리에 위치한 당집
화성시민신문
이런 지원은 바로 옆 마을인 계향리에도 닿았다. 인근의 마을인데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백리는 집성촌의 조상에게 지내는 당제라면 계향리의 당제는 바리산에 많이 출몰하던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것뿐인가. 우정읍에는 현대에도 쓰는 단어 "단골"의 어원인 "당골무당"이 주관하는 도당굿의 전통이 살아있으며 화성시의 바다에서는 임경업 장군을 신으로 모시는 황해도굿이 행해지고 있다. 마을의 역사에 따라 날짜도 의미도 섬기는 신도 다르고 각각의 특징에 따라 멋진 보호수가 함께하기도 하고 멋진 산이 함께하기도 하며 거인 여신의 흔적이 함께하는 곳도 있는 등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스토리들의 연속이며 보고다.
인구 100만을 호령하는 화성시지만 서부지역의 농촌들은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화성문화원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제대로 된 기록이나 연구 없이 사라진 무형 유산들에 아쉬움 이었다. 기지시에서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되는 시기에 화성시는 원리와 보통리의 줄다리기가 개발로 사라졌고 현재 기안동에서 행해지는 줄다리기도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문화유산으로서의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너무 까다로운 관점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이어왔던 전통축제로서의 가치를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산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와 화성지역 농촌의 고령화는 서로 맞물리며 화성지역의 마을신앙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함께 했던 정남면 백리 마을회관에서 들은 말을 독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다.
"시에서 우리 마을의 제사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돈까지 지원을 해줬는데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화성시민들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이냐."
이런 분들이 살아계실 때 그 문화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화성시의 농촌은 그저 난개발이 진행된 허무한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화성시의 개성 넘치는 당제와 마을 민속들을 살리기 위해 문화원과 문화재단이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화성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은 몇 개나 살아남았을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해보겠다는 마을 열 곳만 묶어내어 보존하고 마케팅하면 화성시는 다양한 이야기와 흥이 넘치는 매월 축제가 함께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로 파생된 다양한 문화들이 잼버리에 지쳐 화성을 찾은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였던 경기도 무형문화유산 65호 '팔탄민요'처럼 멋진 결과물로 발전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비교하기 좋아하는 수원시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일뿐더러 행사에서 인사하기 좋아하시는 정치인 분들도 매월 자신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자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