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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디지털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공장 디지털 팩토리③] 알고리즘을 공개하라

등록 2024.04.20 18:45수정 2024.04.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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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자대회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플랫폼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 ⓒ 라이더유니온

 
[디지털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공장, 디지털 팩토리] 
① 디지털 공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② 매순간 100m 달리기 수준의 노동, 이러다 큰일난다
③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4차 산업혁명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전통적인 노동자층과 완전히 다른 디지털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일자리 찾기도 쉽고, 일할 사람 찾기도 쉬워서 노조 조직화도, 파업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

아주 최근까지도 이런 얘기들은 평범한 상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더 많은 노동자들이 각성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조직화와 저항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조직화가 시작된 부문은 배달 라이더와 앱 택시기사 등 모빌리티 분야의 플랫폼 노동자들이었다. 초기에는 조직화와 저항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라이더와 앱 택시기사는 소수였고, 그들이 일손을 놓더라도 기꺼이 그들을 대신해 일할 노동자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엔데믹과 함께 시작된 저항의 전면화

하지만 이들의 조직화·저항 노력은 중단되지 않았다. 특히 팬데믹이 종료되고 배달콜이 줄어드니 플랫폼기업은 곧바로 배달료 후려치기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2022년부터 라이더들의 저항이 곳곳에서 시작되었다.

2022년 1월 영국 배달 라이더들이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들의 파업은 반년 넘게 지속되었다. 배달 플랫폼 '저스트이트(JustEat)'와 배달대행사 '스튜어트(Stuart)'가 기본 배달 단가를 무려 24%나 삭감해 라이더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공포 시기에는 '필수 노동자'라며 추켜세웠지만, 그 기간이 지나가자 일회용 소모품 취급을 한 것이다.


비슷한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저항도 세계화 되었다. 2월 튀르키예, 3월 미얀마, 4월 포르투갈, 5월 두바이, 6월 네덜란드, 7월 독일, 8월 말레이시아, 9월 프랑스, 10월 이탈리아·한국·태국·홍콩에서 배달 라이더들의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노조가 '쿠팡이츠'의 배달료 삭감 이후 20여 차례 교섭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같은 해 10월 두 차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라이더들의 조직화와 저항 움직임은 곧바로 앱 택시기사 부문으로도 확대됐다. '우버'를 비롯한 승차공유앱 기사들도 남아공(8월), 케냐(10월) 등에서 파업을 조직했다. 한국에서도 대리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2022년 10월, 이탈리아에서 배달 도중 교통사고로 26세의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가 일했던 플랫폼 '글로보(Glovo)'는 24시간 뒤 고인의 e-메일 계정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유감스럽지만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귀하의 계정은 정지되었음을 통보합니다."

억울한 죽음으로 배달 1건 수행하지 못했다고 '자동해고(robo-firing, automated deactivation)'를 당한 것이다. AI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등급과 평점을 매긴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정을 정지해 버리는 가공할 수단에 맞서, 디지털 노동자들은 '알고리즘 공개(설명)'라는 요구를 정식화하기에 이른다.

영국의 우버 기사를 비롯한 승차호출앱 택시기사들은 노동조합 결성과 함께 '노동자 정보교류센터(Workers Info Exchange)'를 만들어 플랫폼기업의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남용에 맞서 저항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로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우버와 올라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접근권 및 알고리즘 설명권을 인정했다. 라이더 부문에서도 최근 이탈리아 팔레르모 지방법원에서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에 대해 노조에 설명하고 교섭을 진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알고리즘과 개인정보(데이터)는 디지털 기업에서 이윤 창출과 노동자 통제를 위해 사용하는 바늘과 실이다. 여기서 개인정보란 단순히 이름과 주민번호, 전화번호와 주소만이 아니라 디지털 노동자의 노동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데이터를 포괄한다. 앱 기사들이 하루 몇 건의 콜을 수행하고, 어느 위치에서 어느 곳으로 이동해 얼마의 운임을 받았는지, 어떤 콜을 수락하고 어떤 콜은 거부하는지 등.

이 데이터에 기반해 알고리즘에 활용하는 AI를 학습시키고, 디지털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노동자를 최대한 쥐어짤 수 있는 방향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만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우버가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해 변동 요금제(dynmic pricing)와 선불 요금(up-front pricing)을 활용해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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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모빌리티산업에서 출발해, 더 넓게 확대되고 있다. ⓒ 서비스산업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우리가 만든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라

렌 셔먼이라는 경영 컨설턴트는 미국 부자들의 잡지인 <포브스>(Forbes)에, 우버의 새로운 요금제로 고객들의 요금 부담은 종전과 달라지지 않았지만 기사들 수익은 대폭 줄었고 꼭 그만큼 우버의 이윤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입증했다. 디지털 기업이 알고리즘과 개인정보(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뽑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개인정보(데이터) 보호와 관련한 쟁점도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개인정보보호 당국(DPA)이 우버에 1천만 유로(한화 142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170여 명의 프랑스 우버 기사들이 우버가 기사들의 개인정보(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지 그리고 유럽 외부의 국가 법인에 개인정보(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어떻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지를 명시하거나 기사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불만과 진정을 제기했고, 이를 인정한 것이다.

그보다 일찍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 당국(DPA) 역시 2021년에 배달 플랫폼 글로보가 라이더의 데이터 보호 권리를 침해한 혐의를 적용해 26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글로보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스페인 자회사인데, 계열사 모두가 각국 라이더들의 개인정보(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자회사인 배달의민족 역시 전 세계에 한국 라이더들의 개인정보(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이런 모든 문제제기는 디지털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와 집단적인 저항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2022년 말 대리운전노조가 2년여에 걸친 교섭과 투쟁 끝에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차량) 배정 정책과 관련하여 조합에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노사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동으로 인정하는 사항에 대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한다"고 명시해 알고리즘 협상 권한을 담았다.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노조 역시 끈질긴 문제제기와 투쟁 끝에 '배달의민족'이 시행해 온 직선 거리 기준 배달료 책정 알고리즘을 실거리 기준으로 바꿔냈으며, 일부 지역 배달대행사와의 집단교섭에서는 '일방적인 계정정지(앱 접속 차단)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내기도 했다.

산재 1위 디지털 산업에 맞선 투쟁

플랫폼 기업의 대두와 함께 이제 한국 산업재해 부동의 1위 기업은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 플랫폼기업에 이어, 쿠팡 물류센터 등 e-커머스 산업 그리고 대리운전·앱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도 맹렬히 따라오고 있다. 디지털 산업에서 산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산재보험 제도나 산업안전 관련 법규는 전통적인 노동자에 맞춰져 있어, 디지털 노동자에겐 적용이 안 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의 산재보험법 상 '전속성 기준'이었다. 오직 하나의 사업주에게만 노동을 제공해야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제도이다. 여러 개의 앱을 통해 일감을 받는 경우 산재보험 적용이 원천봉쇄된 것이다.

2022년, 한국의 라이더유니온은 투쟁을 통해 전속성 조항을 폐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7월 효력이 발생하자마자 배달 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50여만 명이 추가로 산재보험 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는 플랫폼, 디지털 노동자만이 아니라 N-잡러를 비롯해 권리를 박탈당한 더 많은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포괄로 이어졌다. 플랫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순간 전통적 노동자들의 권리도 함께 증진된다.

세계화되는 디지털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저항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넘어 돌봄·가사 플랫폼 노동이 급증하고 있으며, 돌봄 부문 조직화가 모빌리티 플랫폼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 역시 그러한 변화 물결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또한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 AI 학습을 위해 데이터 수집, 데이터 교정, 데이터 라벨링을 담당하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노동자들의 조직화도 시도되고 있다.

챗지피티와 페이스북은 혐오·선정적 데이터 배제에 투입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동을 시급 1~2달러만 주고 케냐에 대규모 아웃소싱을 진행해 왔는데, 지난해 5월 케냐 나이로비에 150명의 모더레이터들이 모여 '아프리카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네이트 판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이 노조 결성에 나서는 등 디지털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저항은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고 있다. 이들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아주 명쾌하다.

"새롭게 등장했을 뿐 우리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법, 사회보험 등에서 우리를 기존 노동자와 차별하지 말라."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오민규님은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
#디지털자본주의 #개인정보 #알고리즘 #라이더 #대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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