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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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말 그대로 '대파'당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75석, 조국혁신당 12석을 포함해 야권이 192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과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받은 성적은 21대 총선 103석 당선보다 5석 늘어나기는 했으나 집권당이 받은 성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유례가 없는 처참한 성적이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집권 후 윤석열 정부가 보인 국정 기조와 정책들을 되짚어 보면 이번 총선 결과는 당연한 귀결이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실 용산 이전,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 과도한 해외 순방,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에 대한 편 가르기, 69시간 근무제 추진, 대기업 및 부동산 감세, 대규모 세수 결손 등 국민 정서와 반대되는 정책을 불통의 태도로 강경하게 추진했을 뿐 아니라 실정도 잇따랐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의 여러 범죄 의혹, 무속인 관련설 등 국민들의 의혹과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으며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 채 상병 사망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사고들에 대해 진상조사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며 민심을 외면했다. 결국 집권 2년간 정권이 애써 무시해 온 일들이 켜켜이 쌓여 총선에서 심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직후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는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지난 12월 정계 입문과 동시에 여당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했고 사실상 국민의힘 간판으로 총선을 총지휘했다. 전국 유세 현장을 돌며 총선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했으며 야당의 총선 전술에도 직접 대응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집권여당 108석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다.
이 처참한 상황은 보수 결집 외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소위 '한동훈 효과'가 신기루였다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그의 사퇴로 국민의힘 대표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평가받던 그는 정치적 타격을 입은 채 다음 거취를 고민하게 되었다. 윤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것 외에 당내 정치적 자산이 전무한 데다 총선 참패를 책임지고 사퇴했기 때문에 차기 당대표 출마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혹독한 정권 심판 의지를 확인함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더 이상은 비판 없이 수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여당은 정부 행보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주요 사안마다 새 당대표를 중심으로 보다 주체적인 당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개최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총선 뒤 국민의힘의 첫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당대표로 윤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나경원,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시 기회 얻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