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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16대나 있었는데... 원주역사박물관 그림 도난당했다

양기훈 '노안도' 지난해 12월 사라져, 4개월째 오리무중... 상시관리인 부재 등 한계 드러내

등록 2024.04.17 11:05수정 2024.04.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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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역사박물관(이하 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을 도둑맞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 8일 문화재청에 양기훈 필 노안도를 도난당했다고 신고했다. 역사박물관 민속생활실 내 진열장과 진열장 사이 벽면에 걸어둔 유물이 사라진 것이었다. 


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8일 사이에 유물을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난신고 이후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노안도 행적은 4개월째 오리무중이다. 

사라진 양기훈 필 노안도는 지난 2001년 100만 원가량을 주고 역사박물관에서 구입한 비지정유산 유물이다. 가로 36.5cm, 세로 154cm 크기의 족자로 뒷면엔 '원주 000804'라는 소장유물 등록 넘버링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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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 필 노안도 ⓒ 원주투데이

 
조선 말기에 활동한 화가 양기훈(1843~1919 이후)은 평양 출생으로, 노안도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노안도는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화조화다. 갈대의 한자어인 노(蘆)가 중국어로 늙을 로(老)와 발음이 같고, 기러기의 한자어인 안(雁)이 평안의 안(安)과 발음이 같아 두 소재를 합해 '늙어서 평안하라'라는 뜻을 지니게 됐다. 조선 초부터 말기 화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줄기차게 그려진 단골 소재다.

도난 당시 역사박물관을 비추는 CCTV가 16대나 있었지만 도난 장면이 화면에 잡히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도난 당시 CCTV가 다른 방향을 비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족자 형태인 노안도를 둘둘 말아 옷에 숨긴 경우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상시 관리인이 있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역사박물관에 상시 관리인이 없었던 점도 도난이 발생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역사박물관 내부까지 챙기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 

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도난 당시 박물관 내부는 혼란과 당혹 그 자체였다"라며 "재차 도난이 발생하지 않게끔 직원들이 돌아가며 수시로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CCTV를 점검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박물관엔 국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산 여건상 상시 관리인이 배치돼 있지 않았다"라며 "예산 문제로 앞으로도 관리인 등 인력 배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박물관 도난 사고는 흔하지 않아 당혹스러움이 배가 되고 있다. 역사박물관은 외부에 전시하던 유물들을 유리 진열장 안으로 옮기고, 수장고도 잘 살피는 등 사고 예방에 몰두하고 있다.
#노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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