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재. 달성 배씨 사당이다. 동학혁명 때 집강소로 쓰였다. 뒤쪽으로 유허비가 서 있다.
이돈삼
마을 안쪽에 반듯한 기와집이 보인다. 달성 배씨 사당 청천재(淸川齋)다. 입향조인 배회, 무열공 배현경, 율헌 배균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683년 후손이 세웠다. 서원철폐령에 의해 헐리고, 나중에 다시 지었다. 유허비는 1893년 세웠다.
청천재는 동학혁명 때 집강소(執綱所)로 쓰였다. 집강소는 동학군이 치안을 바로잡고 개혁정책을 추진하려고 전라도 고을에 설치한 자치기구다. 1894년 5월 동학군이 전주를 점령하고 정부와 맺은 전주화약 이후다. 무안 집강은 서남부지역 대접주 배상옥이 맡았다.
배상옥은 백산봉기에 참여하고, 호남동학군을 이끌었다. 평소 백마를 타고 다니며 동학군을 지휘했다. 무안 해제 임치진에 설치된 지휘부와 석용리 연병장을 오갈 땐 배를 타고 창포만을 누볐다. 창포만은 매립돼 사라지고, 지금은 농경지로 바뀌었다.
배상옥은 1863년 삼향면 대월리(현 목포시 대양동)에서 태어났다. 달성 배씨 집성촌인 대월리는 객주가 있고, 난장이 선 곳으로 늘 북적였다. 집안은 중농 수준의 부자였다. 본명은 규옥, 자(字)는 상선이다. 상선과 규옥의 앞글자를 따 '상옥'으로 불렸다. 관군의 추적을 피해 신분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배상옥은 목포진을 공격해 확보한 무기로 동학군을 무장시켰다. 임치진에 무안동학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삼향면 대월리와 해제면 석용리에 연무장을 만들어 군사 훈련도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