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텃밭에서 쪽파를 다듬고 있다.
곽규현
이제 양가 부모님은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자식들도 제 갈 길을 찾아 독립해서 나갔다. 그동안 모셔야 했던 부모님, 돌봐야 했던 자녀가 떠난 집에는 우리 부부만 남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생활력 강한 아내는 오전 시간을 활용하여 아르바이트도 한다.
나도 텃밭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한가하지는 않지만, 가끔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오후에 바쁜 볼일이 있으면 내가 아내의 점심을 챙겨서 줄 때도 있다. 집안 청소를 하고,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것은 나에게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역할이 바뀌어 아내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이젠 내가 집안일 하는 경우도 생기다 보니, 아내가 과거에 부모님께 신경 쓰고 아들딸을 키우면서 살림살이한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아내는 가족들을 위해 가정 살림을 잘 꾸리고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소비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남은 인생은 자신을 위해 살아가면 좋으련만, 오랜 생활 방식을 좀처럼 바꾸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아내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나는 요즘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고 아내가 하는 일이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지지해 준다. 앞으로도 지난 세월에 미처 신경을 써 주지 못한 아쉬움까지 더해서 아내의 삶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집중해 보려고 한다. 인생 2막은, 온전히 우리 부부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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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1년 2개월... 아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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