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인천서구(을)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22대 국회 의정활동 계획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정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 보통의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환영하는 입장이겠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려도 나온다. 주4일제를 해도 공공기관, 대기업 중심으로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사실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지금도 주40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주35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대기업 직원들과의 격차가 더 현격히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또 하나의 과제다. 이밖에도 저출생-고령화 사회 때문에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실제 앞으로 저출생으로 인해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먼저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노동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 측면에서 본다면, 고령층 노동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법정 정년 연장'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다만 정년 연장을 일률적으로 보장하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대신 '고령층의 계속 고용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임금피크제일 수도 있고, '촉탁직' 형태일 수도 있다. 정년이 지난 고령층 노동자를 원래 일하던 사업장이나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게 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 보다 근본적으로, 왜 지금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시작해야 할까?
"과거 44시간(주5.5일제)에서 40시간(주5일제)으로 4시간이 줄이는 과정이 총 15년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주40시간' 도입 시점부터 15년이 넘게 지났다. 심지어 사회가 더 급속하게 바뀌는 만큼 과거의 15년과 현재의 15년은 많이 다르지 않나.
단축 논의의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본다. 물론 폭발력 있는 이슈라, 섣불리 접근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단계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법정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공공기관이 시범적으로 실험하게 해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 당장 22대 국회 때,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논의가 진척됐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 다만 형식은 좀 더 다양하게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 얘기가 나오는 4.5일제 방식이 있다. 이 제도만 도입해도 하루에 1시간씩 줄여 7시간씩 5일, 주 35시간제가 된다. 그게 아니라면 36시간으로,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거나 금요일은 격주로 근무하게 할 수도 있다."
"'행복한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 진행할 것"
- '직장갑질119' 창립멤버다. 이 활동을 바탕으로 22대 국회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가 있나?
"'행복한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내가 지은 이름이다. 직장인들의 인식과 직장 문화는 이미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소위 'MZ세대'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예전에는 회식을 2차, 3차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있더라도 직원들이 안 간다.
월급과 승진도 매우 중요하지만 직장 내 만족도 같은 질적 측면도 직원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은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보낸다.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려면 직장생활이 행복해야 한다."
- 어떻게 직장 만족도를 올릴까?
"법·제도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다. 나는 직장 내 부조리·비민주적인 부분과 직장인들의 고충·애로를 없애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싶다. 가령 괴롭힘이나 성희롱 없는 직장이나 공짜 노동과 눈치 야근 없는 직장, 죽도록 일하는 문화나 과로사 방지 같은 잘못된 문화 없는 직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 직장갑질119는 지난 2017년에 탄생했다. 당시와 비교해 2024년 '갑질'은 그 수가 줄었나? 그동안 갑질의 양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직장갑질119가 창립되고 이메일 상담 창구를 열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근까지 누적 제보 건수가 11만 건이 된다고 들었다. 그만큼 전국 직장인들이 직장 내에서 느낀 갈증과 어려움을 풀어낼 창구로 직장갑질119를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굉장히 전근대적인 방식의, 충격적인 갑질 제보가 많았다. 지난 2018년 양진호 위디스크 소유주의 직원 폭행 건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직장 문화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것 갑질 아니냐'는 말을 농담처럼 하기도 하고, '직장 내 괴롭힘' 같은 용어가 일반화됐다. 이렇게 된 점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라고 본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 왜 그런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수직적인 권위주의 문화가 있다. 오랜 권위주의 정권을 거쳤던 데 원인이 있는 듯하다. 노동조합을 소위 '빨갱이 집단'으로 규정해왔던 시선들이 노동조합을 통한 권리 보장 목소리를 내는 일을 막아왔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에 대한 인식들도 좋지 않은 편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노동자를 천박하다고까지 본다. 국가는 노동 없이 굴러갈 수 없는데도 노동을 가치 있다거나 존중받아야 될 가치가 아닌 오히려 천대하는 분위기다. 노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교육 과정에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노동존중사회가 돼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절(5월 1일)이다. 내일(30일) 22대 국회의 야당 당선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 전환 기조를 촉구할 계획이다. 또 노동기본권 보장에 앞장서겠다는 다짐도 밝힐 생각이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심판 기조로 이뤄진 만큼, 민생에 가장 핵심의제인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인식 전환을 하길 바란다. 국회에서 재추진할 노란봉투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한다. 노동 의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