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미얀마 비극, 남일 아냐" 19살 청년이 전국 돌며 인터뷰 한 이유

류해온 작가 <우리 가까이, 미얀마>... 조산·조모아·네옴 등 8명 목소리 담아

등록 2024.05.02 17:00수정 2024.05.05 09:53
1
원고료로 응원
a

청년 류해온 작가가 미얀마인들을 인터뷰해 펴낸 책 <우리 가까이, 미얀마> 표지. ⓒ 부크크

 
"나는 특별한 만남, 특별한 경험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멀고 낯선 미얀마와 미얀마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외침에 대해서."

"한국인이여. 군부독재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인들이여. 우리의 고통과 희망에 연대해 달라."



19살 청년 류해온 작가가 미얀마 출신 활동가‧이주노동자 9명을 만나 지난 2021년 2월 1일 군사쿠데타 이후 벌어진 참혹한 아픔과 혁명의 이유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쓴 책 <우리 가까이, 미얀마>(바다욱 간)에서 한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자퇴 후 여행‧독서로 생활하다 미얀마 봄혁명의 상징인 '세 손가락'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류 작가는 2023년 가을부터 인터뷰를 엮어 책으로 냈다.

그는 "미얀마 군부쿠데타와 민주화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우리 땅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라며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미얀마인들을 만났다"고 했다.

류 작가가 만난 미얀마인들은 이주노동자, 유학생, 시민단체 대표들로, 서울과 부평, 창원에 살고 있다. 류해온 청년을 통해 전한 미얀마인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처참하고 위험한 상황의 연속이다.

미얀마연방민주주의승리연합(MFDMC) 소속인 조산 활동가는 "저희가 집회 같은 걸 하면 대사관에서도 나와 사진 찍고 미얀마 군부와 경찰 쪽에 신상 다 넘겨벼리죠. 현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피해야 하는 거죠. 활동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가족들은 더 위험해요"라고 했다.


2016년 한국에 일하러 왔던 그는 "미얀마 민주화 단체에 동참하는 회원들도 늘어나고, 군부가 앞으로는 힘이 점점 약해질 것으로 예상돼 저희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라며 희망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한국정부와 시민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국민이 굉장히 분노했다는 것을 말해주죠"

조모아 한국미얀마연대 대표는 1994년 산업연수생으로 왔다가 1999년에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에 정치적 난민 신청을 했다.

현지 상황에 대해 그는 "지금은 미얀마에 가보지 못하지만 옛날 군부독재랑 비슷할 것 같다.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 내전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이 굉장히 분노했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전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 산하 시민방위군(PDF)은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함께 쿠데타군대에 맞서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민주화가 될 것 같느냐"는 물음에 조 대표는 "내일도 당장 가능할 거라고 대답하는데,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웅 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은 한때 창원역 광장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렸던 '미얀마 민주화 집회'를 이야기하면서 "여러 단체와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저희들한테 와서 고생한다며 빵이나 음료수를 쥐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은 "미얀마 군부가 죄 없는 청소년들을 죽였다"고 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계속 발생한다.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지 않아서 생기를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문제라고 생각해서, 또 자기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면 큰 일이 벌어졌을 때는 늦다. 되돌릴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에이띤 대학원생은 "쿠데타 후 바로 학생단체를 만들었다"라고, 몬난따킨 유학생은 "전쟁 때문에 공부 못한 아이들을 돕는 게 꿈이에요"라고, 미모뚜 통역가는 "10대, 20대 아이들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으니 빨리 내전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예진 유학생은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민국이 함께 해왔다는 것, 또 대한민국 국민들이 연대와 응원을 보내주신 것, 우리 미얀마의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종호 시인은 추천사에서 "한국에 일하러 또는 공부하기 위해서 온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미얀마의 현재를 직접 증언한 책"이라며 "조국에서 직접 군사쿠데타를 목격하고 경험하고 온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 와 있다가 소식을 들은 사람들도 있다. 당국이 정보의 외부 유출을 공식적으로 차단하여 정규 매체를 통해 들을 수 없는 미얀마 국민들의 실상을 아주 자세하게 사실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마치 현지에 파견된 분쟁지역 기자가 전해주는 뉴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류해온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에서 갈등과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인터뷰 하면서 만난 미얀마인들과 그들을 돕는 어른들을 만나 깨달은 것은 그 비극이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나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류해온 작가와 출판사는 텀블벅을 통해 책의 홍보와 제작을 진행하며 모금했다. 책을 통한 수익금은 모두 미얀마 민주화 관련 기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지난 2021년 2월 1일, 민아웅 흘라잉 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계속 집권하고 있으며,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와 국민들이 저항하고 있다.
 
a

2024년 2월 4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봄혁명 3년, 민주주의를" 집회. ⓒ 윤성효

#미얀마 #군부쿠데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5. 5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