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시집 <붉은 산 검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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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독특하다. 얼핏 봐선 만화책처럼 보인다. '웹툰시집'이란다. "이건 뭐지?"라는 혼잣말을 하며 오봉옥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이건 '변화·발전'이라는 칼 마르크스의 낡은 레토릭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 그 변화라는 순리에선 시인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붉은 산 검은 피>라는 무겁고 심각한 시집에서, 비교적 가벼운 위트와 흥미로움으로 치장된 <달리지 馬>로의 변화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고, 그걸 작가 자신과 독자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오 시인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한국 문학, 특히 시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들이 '시인 오봉옥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시와 만화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랐다
- '웹툰시집'이라는 단어부터가 생경하다. 필자로서 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또, 만화와 시를 결합해 시집을 낸 이유는 무엇인지.
"웹툰시집이 장르 혼합의 개념이니 생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시의 독자층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그건 활자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고, 또 한편으로는 시를 어느 사이 마니아들만 읽는 장르로 만들어버린 시(詩)문단 내부의 흐름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고상하다고 할 수 있는 시를 웹툰과 결합한다면 시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웹툰시'라는 개념보다는 시라는 말을 앞세운 '포엠툰'이라는 개념을 쓰고 싶었는데 주위에서 그건 너무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말들을 많이 해 그냥 '웹툰시'로 쓴 것이다."
- 기존의 시와 웹툰시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쓴 사람으로서 웹툰시의 매력이나 장점은.
"기존의 시들은 시의 여백까지를 독자가 느끼게 하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고, 웹툰시는 어렵게 느껴지는 시를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시적 상상력이 만화에 영향을 주어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게 하고, 만화적 상상력이 시에 또 다른 영감을 줘 시의 세계가 더욱 더 넓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자면 그 둘의 창조적 결합이 중요하다. 웹툰시를 쓴다고 생각하니까 확실히 쉬우면서도 감동적인 작품을 쓰려는 의식이 앞서는 것 같았다."
- 출간 이후 동료 시인들과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의외인 것은 시인들의 반응이었다. 일부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는 시인들이 많았고, 구체적으로 자기도 웹툰시집을 낼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말들을 많이 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하는 바와 같았다. 쉽게 잘 읽힌다, 시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아이들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더라 등등 긍정적이었다. 얼마 전 북 토크를 한 적 있는데 거기에서 자기 이름이 아닌 자식들이나 조카 이름을 써달라는 경우가 많아 흐뭇했다."
- 시집 <달리지馬>에선 마(馬)자가 생물학적 동물부터, 명령형 어미 등 여러 의미로 변용돼 사용된다. 이를 의도했을 것 같은데.
"웹툰시집을 낸다고 생각하니 말놀이가 곁들여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놀이는 시를 끌고 가는 시적 화자와 달리 밖에 있는 시인이 시 속으로 들어와서 펼치는 천진난만한 행위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펼치는 동화적 상상력과 같이 시인과 시적 화자가 넘나들고, 시의 안과 밖이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한다. 이번 시집에선 말놀이를 세 가지의 형태로 드러내 보았다.
우선 <달리지馬>처럼 언어로서의 말놀이, 시 안의 등장인물들이 구어체로 드러낸 삶의 표현으로서의 말놀이, 말을 거꾸로 세우는 등의 형태로서의 말놀이가 그것이다. 이번 웹툰시집이 실험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독자들 역시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시대를 열심히 살았으니 만족... 늘 청년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