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커피. 암흑카페에서
양윤미
이윽고 주문한 커피와 아이스티가 도착했다. 내 커피가 과연 무사히 내 앞에 도착할까 싶었는데 컵에는 '커피'라고 적힌 점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키역과 피읖의 모양을 더듬어 읽어보려 애썼다.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의 88.1%에 달하는 사람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었다고 했다. 장애는 그들에게 후천적으로 벌어진 일종의 사고같은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수 대비 장애인 비율도 5.2%로, 20명 중 한 사람 정도에 해당한다. 선진국 장애인 비율이 20%에서 30%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적은 수치다.
대한민국 장애인 복지법을 보면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 생활이나 사회 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일상 생활과 사회 생활의 제약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라는 해석과 인식의 차이가 복지의 범위를 결정 짓는다. 복지 선진국의 경우 에이즈 환자, 암 환자 등도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며, 스웨덴의 경우에는 이민자들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시각 장애인들의 일상 생활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욕실 용품 사용에 관해서는 자신의 칫솔에만 고무줄을 묶어두거나, 본인의 샴푸에 입체감 있는 스티커를 붙여 물건을 구별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생활 속 안전이 가장 중요해서, 다치지 않기 위해 집 안은 물론 자주 가는 공간의 탁자와 조명, 선반 및 화장실의 위치같은 것도 외운다고 했다.
체험을 마친 후 같이 체험한 울산광역시 남구의회 이혜인 의원의 의견을 들었다. 그동안 장애인의 일상 생활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남구 의회 본회의 회의록에 점자를 추가하고, 회의 참여시 수어 통역사도 동반할 수 있도록 건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