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권우성
이 시점에서 진실화해위원회가 기본법에 나타나 있듯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실제 화해와 통합에 얼마나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모든 조사범위를 살펴보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기에, 이번에는 사례범위를 좁혀서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에서 다뤘던 사건들 중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녹화공작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2022년 2월 22일 진실화해위원회는 '50여 년 전 발생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대규모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 2기 출범 후 첫 직권재심이자 1965년부터 1972년 사이의 납북귀환어부 982명(선박 109척)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조사결정이었다.
실제 최근 76차 전원위원회에서 춘곡호 등 납북귀환어부 피해사실을 진실 규명하는 등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피해사실을 밝혀내는데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1년여 동안 982명의 피해자를 직권조사할 것이기에 얼마나 더 많은 피해사실을 규명해 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조사에서 드러나는 아쉬움을 적어보고자 한다.
'사과' '피해·명예회복'은 얼마나 이뤄졌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납북귀환어부 피해를 진실규명할 때에는 항상 마지막에 권고사항을 기술하는데 납북귀환어부 사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건에서 동일한 내용의 권고를 기술한다.
'국가는 납북귀환어부들과 그 가족에게 사과'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또는 실질적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국가는 납북귀환어부들과 그 가족에게 사과하라'는 권고는 어떻게 됐을까? 과거 납북귀환어부들을 조사하고 기소 담당했던 곳은 지방검찰청, 지역 경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내무부 등이 꼽힌다. 물론 납북될 당시 북한 경비선으로부터 우리 어민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까지 묻는다면 해군 등 국방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번 복사하듯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사과를 권고하지만, 정작 어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하고, 허위 사실로 기소한 검사가 책임 있는 공식사과를 했다는 보도를 접해보지 못했다.
또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하고 실질적 조치'를 권고한다.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적절하고 실질적 조치는 무엇일까? 대부분 피해자는 당시 수산업위반,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이러한 처벌의 내용은 당시 신문이나 방송에 노출돼 지역사회에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기록에 의해 보안관찰이라는 감시를 수십 년간 감내해야 했다. 이러한 피해는 납북귀환어부 당사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녀와 친인척으로 이어져 취업제한, 여행제한, 파혼 등 2, 3차 피해가 발생했다.
결국 이러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 처벌의 내용을 무효화시키는 일, 즉 재심 등 사법적 회복이 행해져야 한다. 그리고 납북귀환어부를 처벌하는 과정에 있었던 기관의 장들은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을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 당사자나 가족 등이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전과자, 또는 그 가족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내기 위해 실질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언론을 통해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 하나 선행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피해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문을 가지고 스스로 법원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40~50년 전에도 법을 알지 못해 피해를 당했던 어민들은, 여전히 변호사를 찾아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속초지청 등 일부 검찰청에서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직권재심을 신청한다지만 그것도 같은 선박으로 납북됐던 피해자가 무죄를 입증 받은 경우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검찰과 법무부의 문제적 행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