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만든 300미터 메타세쿼이아 황톳길... "함께 걸어요"

상현동 광교 경남아너스빌아파트 주민들 300미터 숲길 조성

등록 2024.05.17 09:50수정 2024.05.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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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명소에서나 거닐어 볼 수 있을법한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숲길이 동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면. 그것도 맨발로 300미터나 되는 황톳길을 걸을 수 있다면… 꿈 같은 명소가 실제 경기 용인 수지구에 있다. 바로 상현동에 위치한 광교 경남아너스빌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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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동 광교 경남아너스빌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내 황톳길을 직접 가꾸고 있는 모습. ⓒ 용인시민신문


총 7동 700세대가 사는 이 동네가 지어진 건 2011년이다. 입주는 10년 차다. 당시 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해 공공부지로 기부체납한 도로와 아파트 경계목으로 메타세쿼이아를 심었다.

무럭무럭 자란 나무는 어느새 숲길을 만들고 그늘을 드리웠다. 숲길을 자주 걷던 한 부부는 생각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이면 어떨까." 직장생활을 하는 틈틈이 잡초를 뽑고 돌을 골라내 누구나 안심하고 맨발로 걸을 수 있을 길을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입주민 권광섭‧김병준 부부다. 평소에도 이용국가자격증을 취득해 병원 입원 중인 환우들에게 봉사도 꾸준히 하던 이들이다. 2023년 5월부터 시작한 한 부부의 잔잔한 실천은 또 다른 부부를 끌어들였다.

같은 해 9월부터 고재명(68)‧김시희(65) 부부가 합류했다. 고씨 역시 광교 경남아너스빌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업무를 맡은 봉사인이다. 여기에 이혜경 동대표, 지역활동으로 발이 넓은 여기자씨 등이 합류하면서 지금은 어느덧 마을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황톳길 조성사업에 함께 하고 있다.

주민들만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조성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관리사무소장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를 거쳐 시설유지비를 최대한 투입했다. 몇 차례에 걸쳐 깔린 17톤의 황토 구입비용도 그렇게 마련됐다.

"공동 주거공간인 아파트단지는 대개 관리사무소를 통해 위탁관리인들이 고용돼 일을 처리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섭니다. 참 감사할 따름이죠. 황토, 야간 가로등 설치, 조경수, 수도배관 자재비, 흙 수레, 경계용 자갈돌, 습도 유지용 스프링클러 등을 시설유지비로 지출했어요."

유근식(55) 관리소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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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동 광교 경남아너스빌아파트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둥지를 튼 쇠딱따구리. ⓒ 용인시민신문


상현동 광교 경남아너스빌아파트에 또 하나의 경사가 생겼다. 올 4월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쇠딱따구리가 둥지를 틀었다. 주민들은 둥지 주위에 천으로 경계를 둘러 불필요한 접근을 자제하고 있다.


"주민들과 쇠딱따구리 가족도 우리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잖아요. 인근 어린이집 친구들에게도 너무 인기가 좋습니다." 

설명하는 조재명씨 얼굴에도 맑은 미소가 피어난다.

"황토 맨발 길을 조성하고 이용하면서 가장 큰 결실은 아파트 주민간 열려있는 마음의 대화와 만나면 반가운 인사문화죠. 너무나 값진 선물이고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는 항상 즐겁고 친절과 배려가 있어요. 우리 아파트 자랑할 만하죠. 하하."

지난 9일 오전 맨발로 주민들과 잡초 제거에 열중하던 여기자 씨의 한마디다. 주민들은 이참에 동네사랑방이 된 황톳길 관리모임의 활동범위를 넓혀 봉사단을 만들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 #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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