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베이비룸
한시은
베이비박스는 정부의 지원 없이 자원봉사로만 운영된다. 정부의 인정을 받지 못한 미인가 시설이라 철거 지침도 받았다. 정부는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방조하고 조장한다며 처벌하겠다는 공문을 수없이 보냈다. 그럼에도 베이비박스의 운영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이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저 또한 베이비박스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를 없앨 수 없는 환경과 현실이지요. 베이비박스는 이 땅에 한 생명이라도 버려져 죽는 일이 없을 때까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합니다."
- 그간 베이비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마련됐나요?
"정부는 지금까지 무반응, 무대책,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없어서는 안 될 환경과 현실을 만들어놨어요.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출생신고의 사각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친생모가 입양시설에 아이를 맡기기 전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합니다. 친생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아이의 존재가 기록되죠. 공적 기록에 자녀의 존재가 남는 것에 부담을 느낀 부모는 베이비박스로 향하는 현실입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기 위해 만든 법이, 출생신고 없는 아이를 만들었어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10대의 아이, 근친상간과 외도로 태어난 아이, 미혼부, 이혼 후 300일 안에 태어난 아이, 불법 노동자의 아이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대한민국의 국민임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베이비박스 아이를 위해 마련돼야 할 법안은 무엇인가요?
"아이를 유기하지 않도록 하는 법. 태아의 생명도, 태어난 생명도 지키며 엄마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더불어 곧 '부성애법'의 도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부성애법은 DNA 검사를 통해 아이 아빠를 추적해 양육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아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 운전면허 취소, 여권 취소, 월급 차압 등의 순서로 압박하는 제도입니다."
- 오는 7월부터 실시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는 7월에 시행될 '보호출산제'는 주사랑공동체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했지요. 이 법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고자 하면 바로 지원하는 '선지원 후행정' 시스템이 가능한 법이에요.
또한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는 '가명출생신고'를 적용합니다. '출생통보제'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해 산모의 정보가 자동적으로 등록되게 합니다. 이에 출산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을 위험이 커졌죠. 이를 보완한 '가명출생신고' 제도는 산모가 익명을 보장받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합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가명으로 출생신고를 해 아이와 산모를 보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