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최저임금 6,228달러, 식음료 수당 2,552달러를 요구하는 홍콩아시아가사노동조합연맹(2022.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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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외국인 유학생을 최저임금이 안 되는 저임금에 활용하자는 인식은 얼마나 천박한가. 교육부는 2023년 8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로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유학생 유치로 돈은 벌면서 그 학생은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직종에 싼값에 부려먹겠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외국인 정책이 이렇게까지 후안무치해도 되는 것일까?
싼값에 이주노동자를 돌봄노동에 활용하자는 정부의 생각은 얼핏 보면 외국인 차별이라는 국제적 비난과 국격 추락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자는 좋은 의도인 것 같지만 목적은 다른 데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돌봄을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안 되는 이주노동자를 활용한들 이를 공공에서 책임지지 않고 개인 부담으로 한다면 그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국민은 부담하기 어렵다. 결국 최저임금이 안 되는 이주 돌봄노동자 활용은 외국인 차별이라는 국제적 비난, 돌봄노동자 처우 악화, 종사자 이탈과 인력 부족, 서비스의 질 악화의 악순환만 가속할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계급사회 신호탄
최저임금이 배제되는 이주 돌봄노동자 활용의 두 번째 효과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관철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화의 물꼬가 열린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직종 어떤 계층이 그 타깃이 되어 저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공공성을 약화시켜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렵게,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하게 하는 정치 전략은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집단에는 꽤 효과가 좋다.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공론장에 참여할 시간과 자원이 없어지고, 정치적 의사결정은 점점 더 소수에게 독점되며 공고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으로 가장 약한 계층을 떨어내고, 공공자원 민영화로 또 한 계층을, 물가급등으로 또 한 계층을 밀어내다 보면 우리에게는 성채에 둘러싸인 부자와 성 밖의 가난한 천민으로 양극화된 그야말로 '헬'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적정임금 보장은 인간의 기본적이고 존엄한 생활 보장을 위해 필요하고 최저임금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의 목적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꾀하는 것, 성장의 결실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배분, 빈곤 퇴치, 남성과 여성 간의 격차를 포함하여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ILO, Minimum Wage Policy Guide, 2016).
ILO 회원국의 90% 이상이 최저임금제를 두고 있지만 그 중 8개국 정도만 헌법에 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협약 자치나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최저임금의 중요성이 낮은 경우 헌법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단체협상 기능이 약한 곳에서는 최저임금의 적용 범위와 준수율을 개선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OECD 고용전망 2015). 실제로 우리나라의 2020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이고 임금이 비교적 높은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은 11.3%로 더 낮다. 그렇기 때문에 2021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19.8%에 이른다. 임금 근로자의 상당수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게다가 1928년 채택된 ILO권고 30호는 '여성이 통상 고용되는 산업부문에 대해 특별히 고려'할 것과 근로자 대표자에 여성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OECD는 최저임금을 최하위층에 위치한 임금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빈곤문제에 대응할 것을 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며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고, "평등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이며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재 88헌가7). 특히 고용 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정하고 있다.
다만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 일본의 영향으로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던 것을 2005년 "정할 수 있다"로 개정하였고 실제로는 1990년 전 업종에 적용함으로써 업종별 차등은 이미 폐지되었다. 최저임금의 목적 자체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지나친 저임금을 해소하여 궁극적으로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있으며 일부 업종에만 적용을 제한하거나 차등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즉 헌법과 국제법 등 모든 규범들은 협상력이 없는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특히 여성인 노동자에 대하여 차별을 금지하고, 최저수준의 임금을 끌어올려 빈곤을 퇴치하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확대할 것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제도가 가장 필요한 계층과 직종인 여성 집중직종인 가사·돌봄노동자부터 이를 흔들려고 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뿌리부터 훼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미 뿌리 깊이 존재하는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폄하에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더하고 최저임금 직종별 차등적용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약자 혐오와 새로운 하급 계층 만들기를 관철하려 하는 것이다.
다시 돌봄으로 돌아오자. 한국은행 이슈노트에서는 돌봄노동의 문제로 인력난을 꼽고 있다. 인력난이 왜 생겼나? 국민의 수명은 늘어나고 많은 사람이 더 오랜 기간 건강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사망한다. 요양보호 수요는 급속히 늘어나는데 요양보호사는 모자란다. 자격증을 가진 자는 넘치는데 일하는 사람은 적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노동자 처우를 개선해 일할 만한 직업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가 좋은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님들은 인생의 마지막을 신체적 부자유와 고통 속에서 지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돌본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