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더 우울해지는 이들. 저자는 기혼 유자녀 여성, 즉 엄마들의 우울증은 '사회적 질병'이라고 진단한다.(자료사진)
픽사베이
책에선 현 시점 큰 문제로 여겨지는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을 지적한다. 우선은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육아비 등의 경제적 부담을 얘기한다.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의 부담은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청년층 맞벌이 부부 중 무자녀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이 지표를 통해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인구소멸을 전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있다. '노 키즈존'에서 시작되어 요즘에는 '노 시니어존', '노틴에이저존' 등으로 차별과 배제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나아가 어린이들의 비행기 탑승을 금하는 '노 키즈 데이'도 있다고 하니 상술의 전략으로 특정 대상을 향한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저자가 이웃의 항의로 겪은 층간소음에 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소음이 이웃 간의 법적 문제가 되는 요즘, 아파트는 더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안전지대라 하기 어렵다. 책 속 이야기다.
"종종 스팸문자나 다른 사람에게 문자가 올 때도 층간소음 항의 문자일까 봐 몸이 경직됐다. 어디선가 쿵쿵하고 소리가 울리면, 또 우리 집을 의심할까 봐 선수 쳐서 "지금 소리, 우리 집 아니에요"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은 새벽 3시에 문자를 받았다. "자요?" 두 글자에 잠이 확 달아났다. 나는 홀린 듯 밖으로 나갔다. 아랫집 여자에게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와 나는 2층과 3층 사이, 계단참에 서서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저자가 겪은 것처럼, 소음이 문제시되기 시작하면 이후는 소음 자체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가 된다. 사소한 감정싸움을 막기 위해 선물, 아니 어쩌면 뇌물 공세를 펴기도 하지만 소음을 둘러싼 당사자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분쟁에서도 총대를 메는 것은 엄마이며, 그 덕에 엄마들은 점점 더 우울의 늪에 빠진다.
그 밖에도 '일하는 사람'과 '엄마'라는 지위 사이에서 오는 미묘한 편견, 아이가 아프면 곧 아이를 방기하는 무책임한 엄마가 되어버리는 상황, 남편과의 성생활에 대한 솔직한 심경, 코로나 시기 긴급 돌봄에 관한 내용 등 가정과 밖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엄마의 우울한 사연들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가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헌법에 못 박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현금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자는 지자체도 한두 곳이 아니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제화하자는 얘기는 마땅한 발상이지만,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 아빠에게 적용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엄마들의 우울은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었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진득하고 촘촘하게 쌓여 온 문제이겠다. 엄마들의 우울은 임신과 출산의 문제이며 동시에 양육의 문제다. 노동과 복지의 문제이며 정치와 경제의 문제다. 결국 아이를 둘러싸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이 엄마들의 우울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봄과 꽃이 주는 계절감에 더해 유독 어버이, 어린이, 스승, 부부를 예찬하며 행복한 구호가 넘치는 계절이다. 그 와중 엄마들은 오늘도 눈물을 삼키고 잠시 숨을 참을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이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이 엄마들에게 위로를 주기를. 더불어 엄마들을 우울에서 구출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눌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 “저처럼 우울한 엄마들이 진짜 있나 궁금해서 왔어요”
수미 (지은이),
어떤책,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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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5월, 이 엄마들이 우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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