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는 홈페이지.
노인일자리여기
가난한 노년은 시대의 흐름일까. 당연한 것을 나만 문제로 생각하는 것일까. 소설에서처럼 가난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며 소명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최근 매스컴에 보도되는 바에 의하면, 가난한 노년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적어도 인지는 하는 것 같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21일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정책 제안을 최종 발표했다. 특위는 '건강하게 배우고, 함께 일하는 노년'이라는 중점 방향 아래 4개 분야 8개 정책 제안을 제시했다. 노년의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 노년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주된 일자리' 계속 고용 추진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통합위원장은 "100세 시대를 가정할 때 은퇴 이후 30여 년의 긴 노년을 사회적 역할 없이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며 "이번 특위의 정책 제안이 일터와 배움터, 삶터에서 나이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년 빈곤과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를 나란히 함께 언급하기에는 어쩐지 괴리가 커 보인다. 건강한 배움과 사회를 구현하는 밑거름 역시 가난의 본질에 와닿지 않는 공허한 구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언급 자체만으로 어떤 것은 힘을 발휘하기도 하니까 잊히고 지워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내친김에 노인일자리를 찾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첫 화면에 뜬다.
지역을 입력하고 검색하니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자리가 뜬다. 눈에 띄는 일자리도 보인다. 전기나 용접, 웹툰 편집, 기계설비 관련자, 바리스타 등 자격증이 있으며 하루 8시간 종일 근무가 가능하고 급여도 최저시급에 준하지만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보수가 제공된다. 다만 노인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다.
나머지 일자리의 대부분은 '시니어편의점사업', '스쿨존지킴이', '키오스크&스마트폰 동년배 지도 활동', '경로당 식사도우미' 등 10일~20일 정도의 단기 근로에 월 30시간 이내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정도의 보수로 생활이 안정될 수 있을까 싶은데, 이런 일자리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청자격이 주민등록상 만 65세 이상 지역 거주자라고 하지만, 신청 제외자 기준이 복잡하고 촘촘했다.
풍요로운 사회가 도래했다고 하는데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한 예로,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자신을 빈곤층이라 여긴다고 한다. 이제 중산층은 더 이상 안정된 삶을 뜻하지 않는다. - 김민권, <새로운 가난이 온다> 프롤로그 중
열심히 살았는데 부자는커녕 달랑 집 한 채만 남은 것이 우리나라 노후의 현실이다. 소득기준 대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인 부자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가난하고 노인자살률도 심각하다. 100세 시대 제2의 인생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