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이 필요해요진흙을 물어다 침과 섞어 집을 만든다
최한수
제비가 둥지를 틀거든
제비에게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다른 새들은 번식 둥지 근처에 새끼들의 배설물을 두지 않는다. 모두 입으로 물어다 멀리 내다 버린다. 배설물은 뱀이나 쥐와 같은 천적이 둥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둥지 근처에다 아무렇지 않게 배설을 하는 어미, 둥지에서 엉덩이만 내밀어 용무를 해결하는 새끼 제비들도 부전자전이다.
다른 새들에겐 이런 행동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불장난 같지만, 제비의 게으른 배설 행위는 매우 자연스럽게 계속된다. 남의 집에서 이런 지저분한 행동을 하여도 집주인은 배설물 받침대까지 설치해 주며 제비를 보호해 준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제비는 행운의 상징이며 모기와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로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쥐나 뱀 같은 천적들이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제비는 할아버지 홀로 사시는 너무 적막한 집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화복하고 항상 웃음이 넘치는 다복한 집에 둥지를 튼다.
예전에는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기 때문에 아무 집에나 둥지를 틀었겠지만 요즘 시골에는 노부부만 단둘이 사는 집이 많아져서인지 평범한 농가보다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을회관, 기름집, 식당, 미용실 등에 둥지를 많이 튼다. 입구에 제비가 둥지를 튼 식당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라 생각해도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