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등산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자료사진).
픽사베이
한번 시작한 일은 쉽게 그만두지 않는 내 기질상, 처음 '혼산'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등산할 산을 어디로 정할지는 가장 큰 변수였다. 한 번 정하면 주야장천 그곳만 향할 것임을 내심 직감했기 때문이다.
등산 유튜버가 아닌 이상, 직업인인 내가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하려면 가까워야했다. 이동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서는 곤란했다. 그렇다고 오르내리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동네 뒷산은 성에 차지 않았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다운 산의 풍모를 갖추고 있는 산, 그렇게 최종 낙점된 곳이 '북한산'이었다. 비슷한 거리 권에 파주 감악산과 강화 마니산이 후보군에 올랐지만, 감악산은 산새에서, 마니산은 높이에서 북한산에 뒤졌다. 무엇보다 북한산이 국립공원이라는 점은 안전성 면에서 제일 후한 점수를 받았다.
목적지가 북한산으로 정해지자, 다음은 어느 등산 코스를 택할지가 고민이었다. 여러 블로그에서 북한산 추천 코스에 관한 글들을 읽어보긴 했지만, 3년 전 등산 초보였던 나에겐 무리였다. 본격적으로 등산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일지 도통 알 리가.
그래서 처음엔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한 시간 정도만 올랐다가 내려오자고 마음먹었다. 처음으로 오른 북한산 등산로는 이름도 모른 채 등산객들이 많이 가는 길을 천천히 따라 올랐다. 그러다 한 시간 남짓 되면 앉기 좋은 곳을 찾아 쉬었다가 내려왔다. 처음엔 등산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우선 산과 친해져야 했고 내 체력도 알아야 했다.
두 달 정도 같은 구간을 오르니 처음엔 한 시간 걸리던 것이 40분, 30분으로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은 누가 말려도 다음 등산 코스를 살피게 되어 있다. 그렇게 북한산 원효봉에서 시작해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을 거쳐 문수봉에 이르는 의상 능선의 장관을 만나고 백운대 화강암벽을 오르며 등린이의 고소공포증을 이겨냈다. 이제는 내게 주어진 시간과 체력에 따라 알맞은 코스로 조절하며 오른다.
그런데 산과 친해졌다고, 산의 여러 코스를 섭렵했다고 해서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 특히 여성이 홀로 산행을 할 때는 위험 요소가 추가되기 때문에 난 산행 시 다음 몇 가지 사항들을 꼭 지킨다.
'내 안전' 우선, 등산객 많은 시간대 등산 등 꼭 지키는 세가지
첫째,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내 몸을 잘 알고 컨디션에 따라 등산 코스와 시간을 조절한다. 예전에 몸 상태를 과신하고 백운대에 처음 오르던 날, 정상 200m 앞에서 발에 쥐가 나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다. 만만찮을 하산길을 생각하니 그 또한 얼마나 걱정스럽던지. 열심히 다리를 푼 후, 결국 눈물을 머금고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높은 봉우리에 오를 때는 내려오는 길에 써야 할 에너지도 만만치 않으므로 욕심을 앞세우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등산객이 많은 시간대에 함께 산에 오른다.
혼산을 해도 별 관심을 받지 않아 좋다는 점이 중년 여성 혼산의 최대 장점이지만,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여성이 홀로 산에 있다는 건 위험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혼산 하는 젊은 여성일수록 더 눈에 잘 띈다. 식은 죽도 불어가며 먹으랬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셋째, 내 몸의 안전을 위한 장비를 적극 활용한다.
한 가지 운동을 지속하다 보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몸 부위 근육이 발달하겠지만, 근육을 지탱하는 뼈 관절은 지속적으로 닳기 마련이다. 근육량이 남성에 비해 부족한 여성들, 특히 출산으로 뼈 마디마디가 벌어진 여성들일수록 더 관절 관리가 필요하다. 등산용 스틱이나 무릎 보호대는 절대 노인들만을 위한 장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