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노점은 없다 동대문구청의 불법노점 관련 안내 방송 등을 규탄하는 민주노련의 현수막이 철거 현장에 걸려있다
박내현
현장에 도착한 민주노련 활동가들이 철거의 이유를 묻자 구청 직원들은 '민원이 들어와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동대문구청의 민원 게시판에는 '도로를 걷기 어렵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달라'며 노점 철거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도 철거 이전에 민원이 들어왔음을 알리고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절차대로 철거 일자를 알리는 계고장을 붙인 후 철거를 집행해야 한다.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노점상도 동대문구민입니다. 누군가 불편하다고 하면, 서로 그 불편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행정의 역할 아닙니까?"
동대문구청은 철거만이 아니라 경동시장 일대에 '불법인 노점에서는 물품을 구매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민주노련 동대문중랑지역은 4일 오전에 진행한 집회 이후 동대문구청까지 행진, 구청 앞 마당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100명 남짓의 노점상 모두가 하루 장사를 접고 생존권을 위해 모였다. 오후 7시까지 이어진 집회에서 노점상들은 동대문구청이 철거해간 노점의 물품 등을 원상복구해줄 것, 그리고 구청의 사과를 요구했다.
매년 6월 13일은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노점상 싹쓸이가 진행되었을 때, 전국의 노점상들이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의 수단으로 삼았던 노점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5322(노점 및 이동 판매원)'로 등록된 공식적인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이라고 낙인 찍혀 지속적인 철거에 시달리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는 누가 걷는 거리인가

▲규탄집회 민주노련 소속의 회원들이 구청의 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내현
"대학에 다니기 위해 혼자 서울에 와서 사는 저에게 동네 시장의 노점은 따뜻한 이웃이었습니다. 콩나물 오백원 어치로도 푸짐한 저녁 한끼가 되었습니다."
지난 3월 동대문구청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한 청년이 했던 발언처럼 노점은 노점상의 생계만을 책임지지 않는다. 도시의 가난한 이들은 노점에 기대어 산다. 동대문구의 얼굴인 청량리 일대의 시장들 역시 노점과 점포가 섞여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함을 이유로 누군가를 불법이라 부르고 거리에서 쫓아낼 수는 없다. 치솟는 물가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저녁 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히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오늘도 이 거리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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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세금 내고 싶다는데, 왜 얘기 들어주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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