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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서평]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브누아 브랭제/착한책가게/2021년 10월)

등록 2024.06.08 17:44수정 2024.06.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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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것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이 지구의 운명을 좌우한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내 몸은 물론이고,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그냥 대충 끼니를 때우며 살았다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지구환경을 지키는 일이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식재료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우리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먹거리 체계'가 인류의 생존을 넘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 원인'이 바로 지구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해온 우리의 먹거리 체계에서 비롯됐다.


<더 나은 세상을 레시피>는 다른 것도 아닌 우리 먹거리 체계가 "지구를 불안정하게 하는" 그 모든 문제들의 "주범"임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내가 음식을 먹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책에 수많은 입증 자료와 전문가들의 증언이 담겨 있다.

평소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소비하는 식재료들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건 더욱더 어렵다. 이 책이 바른 먹거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게 좋을지, 큰 테두리 안에서 그 방향을 정하는 데 꽤 유용한 책이 될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책 표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책 표지.성낙선
 
우리의 '먹거리 체계'가 왜 문제인가

인류가 무언가를 먹는 행위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밝은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 "지구가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이라는 게 있다. 인류가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받으려면 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이 한계선을 넘어서게 되면, 지구 환경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한계선이 제시된 목록에는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생물다양성', '숲과 습지를 대신한 토지 이용의 변화', '해양 산성화', '세계 담수 소비량', '비료의 원료인 인(P)의 배출', '오존층 파괴', '육상 교통과 공장식 축산으로 대량 발생되는 질소 배출', '대기 오염이라는 용어로 총칭되는 에어로졸의 분포' 등이 있다.

우리의 먹거리 체계가 이 한계선들을 침범하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먹거리 체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먹거리 체계가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은 총배출량의 23%, 즉 1/4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유념하지 않는 기존의 먹거리 체계는 또 "토지 이용을 변화시켜 생물다양성을 크게 훼손하는 주원인"이며, "질소와 인이 가장 대량으로 사용되는 영역"이고, "농약 등으로 대기를 크게 오염시키며 담수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질소와 인은 특히 "땅을 척박하게 하고 해안을 오염"시킨다.

우리의 먹거리는 또 "술, 약물, 담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죽음"을 불러온다. "산업 공정을 거쳐 생산된 가공식품"이 늘어난 결과, 우리의 먹거리는 "21세기에 가장 만연된 질병들, 즉 암, 당뇨, 심혈관 질환, 뇌졸중, 비만의 한 원인"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먹거리를 "가장 강력한 살인범"으로 불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 생태계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영양분이 가득한 먹거리를 제공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삶은 수만 가지 동식물들이 아무 대가 없이 그들의 살과 뼈를 내준 덕분에 유지가 가능했다. 그 생태계가 지금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비정상적인 먹거리 체계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당장에 한계선을 지키는 일이 시급하다. 이걸 무시하고, "만약 우리가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먹고산다면 지구 한계선을 전부 넘어서고 말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어떻게든 먹거리 체계를 바꾸는 게 급선무다. 그런데 먹을 것을 두고 벌어지는 일처럼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도 없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명산자연휴양림, 나무가 우거진 산림 속 오붓한 산책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명산자연휴양림, 나무가 우거진 산림 속 오붓한 산책로.성낙선
 
농축산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육류 소비가 계속 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을 놓는 일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동물의 사료가 될 곡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매년 세계적으로 1200만 헥타르의 산림이 파괴"되고 있다. 육류를 생산하는 데는 넓은 땅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공장식 축산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자원 활용 방식"이다. 여기서 "세계 운송 산업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육류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전자 변형 곡물과 콩류를 재배"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온통 방목지로 변하고, 콜로라도의 평원이 거대한 옥수수밭으로 변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은 또 "인구 밀도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개체 밀도까지" 높여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을 부추긴다. 팬데믹은 예견된 일이었다. 1940년 이후 유행병이 계속 증가했는데, "신종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육류 소비는 "심혈관 질환, 과체중, 비만" 등의 문제를 함께 증가시킨다.

공장식 축산은 윤리적인 면에서도 문제다. 프랑스의 병아리 부화장에서 생산되는 병아리 수의 "약 절반이 도살"된다. 수컷은 살려두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암컷의 운명도 별반 나을 게 없다. 좁은 케이지 안에서 알 낳는 기계로 살다가, 고작 생후 약 18개월이 될 무렵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분말로 가공"돼 팔려 나간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비료와 농약은 지구 생태계를 극히 취약하게 만든다. 살충제, 제초제는 해충과 잡초만 제거하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 모든 동식물에게 피해를 입힌다. 농약으로 사라지는 동물에는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처럼 생태계 재생에 필수적인 종들"과 "포식자들처럼 해충 번식을 막는 데 필요한 종들"도 포함된다.

독일에서 1989년부터 2016년까지 곤충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단 27년 만에 벌을 포함한 날아다니는 곤충의 총량이 75%나 줄었다"고 한다. 이유는 "농업의 집약화"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곤충들의 세계에서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곤충의 멸종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보다 8배나 빠르"다.

"자연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현재 약 백만 개의 동식물 종이 향후 몇십 년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중략) ... 종 간의 연결망이 모조리 사라짐으로 인해 우리는 생태계의 붕괴와 함께 먹을 것, 깨끗한 공기, 마실 물을 제공하여 인류가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생태계 능력의 몰락을 불러오는 길로 들어섰다."

먹거리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우리 생태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건 순전히 우리 잘못이다. 지구는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 소비 방식, 생산 방식이 미치는 영향을 견뎌낼 수 있는 그런 넉넉한 행성에 사는 작은 집단"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의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행동한다. 아낌없이 먹고 마시고, 배출한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먹거리 체계를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 우리에게 대형 농장과 대기업이 식재료를 생산하는 방식을 바로잡을 힘은 없어도, 그들 농장과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자유는 있다. 우리가 먹을 음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

"사람들은 해결책이 위에서, 정부에게서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일상적 실천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건강 차원에서, 그리고 점점 더 많이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기 식습관의 영향을 인식하고 더 나은 식생활을 꾸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육류는 소비를 줄이거나, 가능하다면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곡물과 채소는 '생태농업'으로 재배한 것을 구입한다. 생태농업은 "공업형 농법과는 달리 생태계의 자연적인 균형을 되살리는 방식"의 농법이다. 유기농을 장려해야 한다. 유기농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이 암과 비만형 당뇨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재료는 적당한 양을 구입해서 최대한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양만 "13억 톤"에 달한다. 이 음식물 쓰레기가 또 "이산화탄소보다 환경에 더 해로운 메탄과 같은 가스를 내뿜는다"고 하니까,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산업형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하는 먹거리들이 가격이 싸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복합적으로 따져 보면, 그렇지 않다. 그 가격에 인류가 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사회적, 환경적 비용"이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기업에서 책정한 '가격' 이상의 것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5년간 이어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저자인 '브누아 브랭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5년간의 조사, 샅샅이 살핀 보고서들, 메모 가득한 논문들. 5년간의 통화, 만남, 인터뷰"를 "온 지구를 돌며" 진행했다. 저자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의 탐사보도팀, 프랑스 탐사보도 전문 제작사 등에서 일했다. 그런 경력이 이 책을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 지구와 나를 위한 먹거리로 미래를 바꾸다

브누아 브랭제 (지은이), 지은희 (옮긴이),
착한책가게, 2021


#더나은세상을위한레시피 #브누아브랭제 #착한책가게 #먹거리체계 #생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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