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명산자연휴양림, 나무가 우거진 산림 속 오붓한 산책로.
성낙선
농축산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육류 소비가 계속 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을 놓는 일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동물의 사료가 될 곡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매년 세계적으로 1200만 헥타르의 산림이 파괴"되고 있다. 육류를 생산하는 데는 넓은 땅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공장식 축산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자원 활용 방식"이다. 여기서 "세계 운송 산업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육류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전자 변형 곡물과 콩류를 재배"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온통 방목지로 변하고, 콜로라도의 평원이 거대한 옥수수밭으로 변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은 또 "인구 밀도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개체 밀도까지" 높여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을 부추긴다. 팬데믹은 예견된 일이었다. 1940년 이후 유행병이 계속 증가했는데, "신종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육류 소비는 "심혈관 질환, 과체중, 비만" 등의 문제를 함께 증가시킨다.
공장식 축산은 윤리적인 면에서도 문제다. 프랑스의 병아리 부화장에서 생산되는 병아리 수의 "약 절반이 도살"된다. 수컷은 살려두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암컷의 운명도 별반 나을 게 없다. 좁은 케이지 안에서 알 낳는 기계로 살다가, 고작 생후 약 18개월이 될 무렵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분말로 가공"돼 팔려 나간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비료와 농약은 지구 생태계를 극히 취약하게 만든다. 살충제, 제초제는 해충과 잡초만 제거하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 모든 동식물에게 피해를 입힌다. 농약으로 사라지는 동물에는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처럼 생태계 재생에 필수적인 종들"과 "포식자들처럼 해충 번식을 막는 데 필요한 종들"도 포함된다.
독일에서 1989년부터 2016년까지 곤충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단 27년 만에 벌을 포함한 날아다니는 곤충의 총량이 75%나 줄었다"고 한다. 이유는 "농업의 집약화"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곤충들의 세계에서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곤충의 멸종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보다 8배나 빠르"다.
"자연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현재 약 백만 개의 동식물 종이 향후 몇십 년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중략) ... 종 간의 연결망이 모조리 사라짐으로 인해 우리는 생태계의 붕괴와 함께 먹을 것, 깨끗한 공기, 마실 물을 제공하여 인류가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생태계 능력의 몰락을 불러오는 길로 들어섰다."
먹거리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우리 생태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건 순전히 우리 잘못이다. 지구는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 소비 방식, 생산 방식이 미치는 영향을 견뎌낼 수 있는 그런 넉넉한 행성에 사는 작은 집단"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의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행동한다. 아낌없이 먹고 마시고, 배출한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먹거리 체계를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 우리에게 대형 농장과 대기업이 식재료를 생산하는 방식을 바로잡을 힘은 없어도, 그들 농장과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자유는 있다. 우리가 먹을 음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
"사람들은 해결책이 위에서, 정부에게서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일상적 실천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건강 차원에서, 그리고 점점 더 많이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기 식습관의 영향을 인식하고 더 나은 식생활을 꾸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육류는 소비를 줄이거나, 가능하다면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곡물과 채소는 '생태농업'으로 재배한 것을 구입한다. 생태농업은 "공업형 농법과는 달리 생태계의 자연적인 균형을 되살리는 방식"의 농법이다. 유기농을 장려해야 한다. 유기농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이 암과 비만형 당뇨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재료는 적당한 양을 구입해서 최대한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양만 "13억 톤"에 달한다. 이 음식물 쓰레기가 또 "이산화탄소보다 환경에 더 해로운 메탄과 같은 가스를 내뿜는다"고 하니까,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산업형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하는 먹거리들이 가격이 싸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복합적으로 따져 보면, 그렇지 않다. 그 가격에 인류가 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사회적, 환경적 비용"이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기업에서 책정한 '가격' 이상의 것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5년간 이어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저자인 '브누아 브랭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5년간의 조사, 샅샅이 살핀 보고서들, 메모 가득한 논문들. 5년간의 통화, 만남, 인터뷰"를 "온 지구를 돌며" 진행했다. 저자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의 탐사보도팀, 프랑스 탐사보도 전문 제작사 등에서 일했다. 그런 경력이 이 책을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 지구와 나를 위한 먹거리로 미래를 바꾸다
브누아 브랭제 (지은이), 지은희 (옮긴이),
착한책가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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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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