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친애하는 슐츠씨>의 표지 사진
어크로스
그 배경에는 주머니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곧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역사가 있다. 1579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주머니에 무기를 넣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고, 같은 시대 프랑스에서는 앙리 3세가 총이 들어갈 만한 주머니 부착 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흑인이 노예가 되던 시절에는 노예들의 옷에 주머니를 만드는 것이 금지된 시기도 있었다. 긴 역사를 놓고 보자면 남자 옷과 여자 옷의 주머니가 다른 것도 각자 다른 위치에 따른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분명히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정도가 다른 데도 말이다.
아이폰X가 완전히 들어가는 여자 옷 주머니는 40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남자 옷에는 100퍼센트 들어간다. (본문 중에서)
무지에서 비롯되는 차별과 편견을 짚은 책
앞서 언급한 인기 만화 <피너츠>의 사례가 <친애하는 슐츠씨>에 또 한 번 등장하는 지점이 있다. 1970년대 여성들이 스포츠계에서 차별을 겪던 시기에 <피너츠> 속 여성 캐릭터들이 테니스와 하키 등 스포츠를 좋아하고 또 잘하는 인물로 묘사된 것이다.
책에는 196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여성이 처음으로 참가했으나 제지를 겪어야 했던 일이 언급된다. 프로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당시 학교 안팎에서도 여자아이들이 체육을 하는 것 자체를 어색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짙었다고 한다.
<친애하는 슐츠씨>의 저자는 "미국인들이 <피너츠>의 캐릭터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여자아이들이 스포츠 활동을 하는 걸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슐츠 작가의 아내 진 슐츠의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진 슐츠는 남편의 역할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여성들이 불평을 하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기 때문이지, 남성들이 준 선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친애하는 슐츠씨>는 무지에서 비롯되는 차별과 편견을 실제 벌어진 사건들을 예시로 자세히 짚은 책이다. 저자가 직접 인종, 성별, 성정체성과 성적지향, 빈부격차, 정신건강 등에 관한 사건을 들려주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첫 걸음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아닐까.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독자의 편지에 응했듯이.
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은이),
어크로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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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피너츠>에 첫 흑인 캐릭터가 등장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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