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독 연주하고 느낌을 나누는 그림책연주뒷마당
변택주
다들 고개를 저을 때 몸길이가 6.5cm밖에 되지 않는 작디작은 벌새 한 마리가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날개가 짧은 벌새는 본디 날 수 있는 몸이 아니다.
1초에 90번이나 날갯짓해야만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작은 벌새가 불을 끄겠다고 나선 까닭이 어디 있을까? 살려고 그랬다. 벌새는 꿀을 먹지 않고 두 시간이 지나면 죽는단다. 그런 벌새에게 숲이 불탄다는 말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불을 서둘러 끄려고 한 이유다.
다른 짐승들이라고 달랐을까? 견디는 시간 차이는 있을지언정 숲이 사라지면 살아남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른 짐승들은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불을 끄겠다고 종종거리는 벌새를 보며 늦게나마 다른 새들이 어울린다. 나를 살리려던 날갯짓이 남도 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어렸을 적, 내가 힘들게 오랜 병치레를 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똥구멍이라도 불어서 살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나를 업고 겅중겅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셨었다. 어머니는 나와 당신을 하나로 받아들였던 거다. 이처럼 벌새도 숲과 저를 하나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너 따위가 나서야 숲에 난 불을 끄기에 어림없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야!"라고 외쳤을 테다.
나를 살리든 너를 살리든, 살리는 힘은 절박함에서 나온다. 그렇더라도 다 뒷짐을 지고 있는데 홀로 나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벌새 하나가 작은 날개를 펼칠 때>를 지은 델핀 자코도 번역가 권오준 작가도, 아이들이 벌새처럼 썩 나서서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