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가 이렇게 어려울 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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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마이뉴스에서 이미 영화 리뷰를 쓰고 계신 기자님들의 연재를 찾아서 읽어봤다. 감독이나 배우, 장르 분석 등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계실까?" 싶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기자님도 계셨다. 혹은 인문학이나 사회,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독자적인 분석을 적어내시는 기자님도 계셨다.
연재를 시작하기로 한 이상 나만의 독자적인 주제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기자님들의 연재와 겹치지 않으면서도 좋은 영화들을 찾을 수 없을까? 고민 끝에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 영화를 골라 리뷰를 써보기로 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잡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연재의 제목은 <이 영화, 드르륵 탁!>으로 정했다. `드르륵 탁`은 2020년 경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쓰이기 시작한 일종의 신조어다. 카세트테이프를 되감아 재생하는 모습을 표현한 의성어인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감동적인 대사나 장면 등을 반복해서 언급할 때 쓰인다. 참 재밌는 표현이라 생각했고, 인상깊은 장면과 대사가 있는 좋은 영화를 선별해 리뷰하겠다는 뜻으로 연재 제목에 이 단어를 붙여봤다.
그렇게 야심 차게 시작한 나의 첫 연재. 그런데 웬걸, 열심히 적은 기사가 연이어 이글이글 불타며 끝나면서 나의 도전은 난항에 빠진다(내 연재 바로가기 '
이 영화, 드르륵 탁' https://omn.kr/28za0 ).
처음 쓴 연재는 운 좋게 버금으로 배치되었지만, 그 후 기사들은 연이어 잉걸로 배치됐다. 내 나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고 생각한 기사들이 잉걸로 끝나자 나의 도전 의식은 찬 물을 뒤집어쓴 숱처럼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내 나름 쉬우면서 감동도 있는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쓰면 쓸수록 알게 되었다. 내 글쓰기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 기사는 다른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침내 두 손을 든 나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먼저는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를 비롯 다양한 매체에 리뷰를 연재하고 계신 어느 기자님께 조언을 구했다. 기자님은 내 리뷰들을 읽어주셨고 "평론이라고 하기엔 독자적 해석이 부족하고, 기사라고 하기엔 정보전달이 부실하며, 단순 리뷰라고 하기에는 더 매력적인 문장을 쓰려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졸고에 과분한 훌륭한 조언을 보내주셨다.
무엇보다 "오늘의 독자, 즉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영화로부터 현재적 의미를 끌어내 중점적으로 전한다면 더 좋은 기사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문장을 읽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내가 쓰고 싶은 리뷰를 쓰는데 집중했지, '다른 독자들에게 이 영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조언을 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영화 리뷰에 대한 책이었다. 이미 유명한 평론가들의 평론 모음집과 영화 글쓰기를 주제로 한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쉽게 읽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책은 강유정 평론가가 쓴 <영화 글쓰기 강의(2019)>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