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은 길고양이
이상미
우리 아들 역시 고양이 곁을 떠나지 못한 채 서 있는 아이 중 한 명이었다. 유독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은 고양이가 불쌍하다며 집에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 했고 그건 안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자 그럼 먹이라도 갖다 주자며 끈질기에 졸랐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캣맘'에 대해 알고 있는 어른 입장에서는 괜히 먹이를 주었다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아이는 마냥 순수했다.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고양이용 통조림 참치를 갖다 주자 고양이는 오래 굶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금세 한 통을 다 비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인터넷을 검색해 동물보호센터 연락처를 찾았다. 사람 손을 탄 고양이인 것 같다고 구조가 가능하냐고 묻자 품종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길고양이가 다 먹은 통조림 캔을 치우고 아들을 설득해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에게는 길고양이에게는 함부로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앞으로 고양이를 보면 돌아가라고 말하자 아들은 왜 그래야 하느냐며 물었고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참에 길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아이와도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자료를 찾아보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통해 길고양이를 돌보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는 일부 내용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내용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줄 때는 단순히 밥 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성화 유도를 통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해진 시각, 정해진 장소에서만 급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남은 먹이와 밥그릇을 바로 수거해야 해충이나 쥐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주차장이나 차량 하부, 도로 주변, 어린이 놀이터 주변이나 감염 취약자가 있는 곳은 피해서 급여해야 한다.' 등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고양이 중성화에 적극 동참하여 개체수를 늘리지 않는 것과 단순히 호기심에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태도로 적극적으로 관리를 지속해야만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길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들에게도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함부로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며칠 전 하굣길에도 길고양이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통조림 캔이 놓여 있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고양이를 안타깝게 여긴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던 한 어르신은 고양이한테 자꾸 먹이를 주면 어떡하냐며 언성을 높이며 지나가셨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고양이는 자리를 떠나지 않을 듯싶다. 부디 시끄러운 논쟁으로 커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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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출신의 문화예술기획자에서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한 평범한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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