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 중 스틸컷
Disney/Pixar
딸아이를 키우는 나도 딸아이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힘듦을 딸아이에게 보여주거나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딸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진짜로 성장시킨 것은 기쁜 일이 아닌 행복한 일도 아닌 자주 반복했던 실수와 부끄러웠던 일, 당황스러웠던 일들이었다. 그 모든 게 쌓여 교훈을 주고, 나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모든 기억들은 버려지는 것이 아닌 그 기억들이 나를 성장시킨다. 라일리는 친구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난 뒤, 홀로 남겨질 것이 두려워 반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키 대표선수로 뽑히기 위해서 하키 감독님의 평가는 굉장히 중요했다.
어느 날, 라일리는 하키 감독님 책상에 올려진 선수 평가지를 우연히 보게 된다. 라일리는 너무나 궁금했다. 과연 감독님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을지. 모두 잠든 밤에 몰래 감독님의 방에 들어가 일지를 보게 되는데, 평가는 '아직 모름.'
청천벽력 같은 평가에 다음 날 라일리는 이번 경기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친한 친구인데도 심한 몸싸움을 한다. 결국 친구는 여기서 다치게 된다. 라일리는 울먹거리고 만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야.'
- <인사이드 아웃 2> 중에서, 기쁨이
라일리의 감정 중 기쁨이는 라일리의 본래의 선한 자아를 찾아주기 위해 힘든 난관을 수없이 헤쳐나가고, 결국 라일리의 자아를 본부로 가져간다. 그때, 불안이 라일리의 감정을 휘감고 있었다. 라일리의 자아를 찾아 제자리에 두었지만, 라일리의 감정은 이미 한 가지로 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쁨과 행복 외에도 저 기억의 저편으로 버렸던 불안과 두려움 소심과 당황, 때론 부끄러움과 실수조차도 라일리를 만든다. 지금의 라일리를 있게 한 것이다.
어릴 적엔 처리하기조차 버거웠던 미성숙한 감정들. 우리는 점차 자라면서 다양한 감정들과 충돌하게 된다. 그 감정들은 수많은 갈등과 실수들을 반복하며 배워나간다. 그 감정들이 쌓여 현재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딸과 자주 다투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
지금 딸아이는 13살 사춘기 소녀이다. 엄마인 나는 반백살 갱년기이다. 갱년기인 엄마는 자주 내가 잘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이 든 탓이겠지 하고 지나쳐보려 애쓰지만 가슴 한구석을 파고드는 공허함이 내려가지 않은 체증처럼 답답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반백살, 이제는 이 복잡한 감정들 또한 나를 성장시켜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 사춘기 딸아이와 갱년기인 엄마는 가끔 다투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감사하기도 하고, 서로가 있어 고마워하기도 한다. 승자는 없다. 하지만 물론 패자도 없다. 사랑스러운 딸이 있어 그저 행복할 뿐이다.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딸아이의 꿈은 일러스트레이터, 웹툰 작가이다. 딸은 앞으로 성장하면서 수많은 감정들과 부딪치게 될 거다. 때론 감당하기 힘든 낯선 감정들로 어려움에 마주할지도 모른다. 라일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라일리가 그랬듯 그 모든 감정들도 딸아이의 것이며 그 감정들이 딸아이를 딸아이답게 성장시켜 줄 것이다. 긍정적인 것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말이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 그것은 자책보다는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적어도 사랑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앞으로 낯설고 긴 여행을 해야 할 딸. 딸이 힘들고 외로울 때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것, 어쩌면 엄마의 거리나 역할은 거기까지 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 여러분, '어른이' 여러분도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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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강사입니다. 브런치와 개인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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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2> 보며 사춘기 딸을 이해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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