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지구(EBS)_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2016년 방영한 프로그램. 진심과 열정을 갖고 만들었다
EBS
그 프로그램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2016년에 방영된 '하나뿐인 지구_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EBS)는 당시 큰 이슈를 불러왔다. 방송작가는 사심을 담아서 방송을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나는 삼남매 엄마로서 나의 가장 큰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늘어가는 장난감 더미 속에 파묻혀 비명을 지르다가 정말 이렇게 장난감을 마구 사줘도 되는 건지, 장난감이 없으면 정말 큰일 나는 건지, 내가 더 궁금했다. 그 마음이 제대로 담겼던 걸까.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 방송이 회자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엄마들을 보면, 이래서 내가 글을 쓴다 싶다.
기자가 된 방송작가
이제 나의 글쓰기 영역은 무려 '기자'로 확장되었다. 오마이뉴스 덕분이다. 내가 그런 호칭을 들어도 되나 여전히 쑥스럽고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가 제법 마음에 든다.
사실 처음부터 시민기자를 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나에게 글쓰기를 배우는 엄마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글은 쓰고 싶은데 글은 써서 뭐 하나요?'
그 질문의 의미를 잘 안다. 글쓰기는 예로부터 '뻘짓'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소위 말하는 돈이 안 되는 일. 많은 순수문학 작가들이 '글만 써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가 소원일 정도로 글쓰기와 돈은 상극이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방송작가라는 직업으로 타협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또 글쓰기가 또 돈을 벌게 해준단다. 그래서 '돈 버는 글쓰기'라는 말이 유행하고 글쓰기 수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글 써서 돈 벌고, 책을 내서 돈을 번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상하게 또 글 쓰는 엄마들은 기가 죽는다. '내가 쓰는 글도 돈이 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엄마들에게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보라고 권한 것이 시작이었다. 글쓰기로 돈 버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쓰는 글은 대부분 돈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원하지 않는 글을 써서 블로그 체험단을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정성껏 쓴 글이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지고, 단돈 얼마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의 조언 덕에 자신의 글이 기사가 되었다고, 난생처음 글로 돈을 벌었다고 기뻐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나 역시 시민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총 여섯 편의 기사를 썼고, 27만3000원이라는 원고료가 쌓였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임에도 글로 번 이 돈이 묘한 기분이 든다. 방송을 만들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내가 진심으로 쓰고 싶어서, 내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좋아서 썼을 뿐인데 그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니!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돈 이상의 뿌듯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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