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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 배전선로 공사 6월 시작, 7월에 설명회... 남해군, 사업내용 잘 몰라

등록 2024.07.05 15:37수정 2024.07.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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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남해읍과 이동면을 잇는 해안도로에 한국전력 경남본부가 새로운 전봇대를 100개 넘게 세웠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주민설명회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더불어, 전봇대가 100개 넘게 세워지는 동안 남해군은 관련 내용을 뒤늦게 파악해 공사 구간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이 한국전력 경남본부와 남해군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 경남본부는 지난 2일 남해읍 섬호마을회관 인근 해안도로에서 약식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남해읍 선소마을, 토촌마을, 섬호마을을 비롯해 이동면 광두마을, 고모마을 이장과 주민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남해군청에서는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 사업 담당부서인 핵심전략추진단, 전기나 가스 등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과, 해안도로 점사용,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건설교통과 등 3개 부서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a  기존 전봇대보다 높이가 높고, 전선이 없는 전봇대들이 이번 공사를 통해 심어진 모습이다.

기존 전봇대보다 높이가 높고, 전선이 없는 전봇대들이 이번 공사를 통해 심어진 모습이다. ⓒ 남해시대

 
한전 남해변전소부터 남해읍-이동면 해안도로 구간, 리조트 전용 전선 공사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한국전력 경남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공사는 '미조면 ㈜소노인터내셔널 일반용 1만250kW 신설공사'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구 대명리조트)를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선로 신설 후 공급하기까지 배전선로 경과도를 보면, 남해읍 소재 한국전력공사 남해지사 변전소부터 선소마을 해안도로를 지나 이동면 해안도로와 마을들을 관통하고 상주면, 미조면 송정리 소재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까지 연결된다. 신설 전선 길이는 25.6km이고 지중화 구간은 4.3km로 총 선로는 29.9km에 이른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전봇대 공사는 대형숙박시설인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구 대명리조트)에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리조트를 위한 전용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어, 남해군이 특정 기업을 위해 허가를 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종건 남해군 핵심전략추진단장은 "남해군은 주민들 편의를 우선해야 입장인데 그건 말도 안 된다"라며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전력 경남본부는 공사 전후로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고, 각 마을의 이장이나 개발위원장 등 주민 대표들에게도 공사 내용을 공유하지 않아, 2일 주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전력 경남본부 담당자는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공사에 대해 설명했다.

전봇대가 남해군에 처음 세워진 날은 지난 6월 17일이다. 현재까지 설치된 정확한 전봇대 개수는 파악이 필요하다는 해명에 따라, <남해시대>는 주민설명회 후 남해읍부터 이동면 해안도로까지 설치된 전봇대 수를 파악했다. 그 결과 신설된 전봇대는 총 140개로 집계했다. 단, 한국전력 경남본부에서 파악한 숫자와는 다를 수 있다.
 
해안도로에 전봇대 설치 허가한 남해군


주민들은 남해군 행정을 향해서도 크게 비판했다. 주민들은 "해안도로에 전봇대 설치를 허가한 남해군은 내용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도로 점사용에 따른 허가를 해줬으니 전봇대가 들어선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당장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7월 1일 자로 발령받은 김우성 남해군 건설교통과장은 "해안도로에 전봇대가 들어서기에 앞서 남해군이 허가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건설교통과는 도로 점사용에 대한 권한은 있지만, 전봇대 설치에 따른 사업 내용을 전부 파악해서 허가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한국전력 경남본부 담당자는 "이 자리에서 공사를 중단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본부에서 회의를 거쳐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공사에 대해 주민들은 알지 못했고 이구동성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또한 한국전력 경남본부도 남해군도 이 공사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상황인데, 계속해서 전봇대를 세우고 전선을 달 것인가"라며 "답변은 언제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인가, 주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현장에서 들은 공사 이유는 각양각색... 남해군도 뒤늦게 사태 파악
 
a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가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공사 배전선로 경과도이다. 보다 내용을 보기 편하도록 남해시대가 지도 내용은 그대로 삽입하고 디자인만 재편집했다.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가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공사 배전선로 경과도이다. 보다 내용을 보기 편하도록 남해시대가 지도 내용은 그대로 삽입하고 디자인만 재편집했다. ⓒ 남해시대

 
그렇다면, 이번 약식 주민설명회는 어떻게 열리게 됐을까? 이날 설명회 직후 주민들은 <남해시대>에 여러 이야기와 사례를 전했다. 

주민들은 6월 중순부터 하나씩 들어서는 전봇대를 보면서 단순 보수 공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개수가 늘어나면서 보통 공사가 아니라고 여기고 공사 현장 관계자들에게 무슨 공사냐고 물었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자면, 공사 관계자들은 '이동면에 도달하는 전력이 부족해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전봇대를 설치하는 공사'라거나 '전봇대가 낡아서' 또는 '전선이 낮아져서 주택이나 축사 등에 위험할 수 있어 전봇대를 설치하는 공사' 등의 내용을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공사 감리자가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로 향하는 전용전선을 설치하기 위한 공사'라고 답했고, 주민들은 지난 6월 27일 남해군에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결과 전봇대 공사에 대한 내용을 알게된 것이다.

주민설명회장에서 이채현 남해군 경제과장도 같은 날 이번 사태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즉, 이전까지 남해군은 해안도로 점사용 허가만 알고 있었고, 공사 목적이나 전봇대 개수, 길이, 전력량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으니 더 이상 공사는 진행하지 말아달라"며 "한 번 허가했다고 해서 문제 있는 공사를 끝까지 진행해야 하는가"라며 비판과 함께 재차 요구했다. 더불어 주민들은 "한국전력 경남본부가 공사를 발주하고 추진했지만, 허가를 해준 남해군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고 꼬집으며 "꼭 대대적으로 해안도로 경관을 헤치면서까지 전봇대를 세워야 하는가"라며 역설했다. 또한 "요즘 전력 수급을 위한 공사는 지중화를 많이 하지 않느냐"라며 남해군에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해군 각 부서장은 행정이 할 수 있는 역할만 나열하기에 바쁜 모양새였다. 특히 행정의 역할은 제한적이니 한국전력 경남본부의 결정에 따라 남해군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마치 주민들의 요구와 의견은 명확한데 이를 대변해야 할 남해군은 한국전력 경남본부와 적극적인 협의 없이 뒷짐 지고 지켜본 뒤 한국전력 경남본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해군의 소극적인 답변에 주민들은 더 분노했다. 

주민들 단체 행동 예고
 
a  신설 전봇대(오른쪽)는 기존 전봇대(왼쪽) 보다 길이가 높고 색깔도 하얀색이며 전선이 연결돼 있지 않은 모습이다.

신설 전봇대(오른쪽)는 기존 전봇대(왼쪽) 보다 길이가 높고 색깔도 하얀색이며 전선이 연결돼 있지 않은 모습이다. ⓒ 남해시대

 
주민들은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설치한 전봇대를 전부 회수하고 해안도로를 지켜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 담당자는 주민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죄송하다"며 재차 사과했고 "본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뒤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설명회를 마치고 주민들은 "이번 문제는 한두 개 마을이 피해를 당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동으로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집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아울러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한국전력 경남본부를 비롯해 군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남해군도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배전선로공사 #리조트전용전선공사 #뒤늦은주민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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