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재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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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장을 보러 가는 날이면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콩나물 한 봉지와 두부 한 모를 사도 쓰레기는 당연한 듯 따라왔다. 직접 농사짓는 게 아닌 이상 값을 지불하고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으려면 위생 포장을 위한 쓰레기도 같이 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어디 콩나물과 두부뿐일까. 시장에서도, 마트에서도 구입한 모든 것으로부터 쓰레기가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장바구니를 정리할 때면 줄줄이 딸려 온 비닐 껍데기와 플라스틱 케이스에 자꾸만 마음이 불편했다. 쓰레기 배출날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우리 마을은, 지정된 쓰레기장에 아무 때나 잘 분리해 내놓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쓰레기장에 내놓기 전에 차곡차곡 집 앞에 쌓아져 있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자니 숨이 턱 막혀왔다. 왜 이리 숨이 막힐까.
그건 쓰레기를 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불쾌감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뜨겁게 달궈질 대로 달궈진 지구에게 쓰레기 한 줌도 분해할 능력 없는, 자연 앞에선 한없이 무능력한, 쓰레기만 던져준 한 이기적인 인간으로서 느끼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인 듯했다.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이제까지 지내왔던 대로 무심히 지낼 수가 없었다. 지구에게 사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어찌해야 할까 하다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구에 대한 미안함과 작디작은 양심으로 몇 가지 행동들을 해보기로.
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들 중 쉬운 몇 가지는 이랬다. 지퍼백에 담겨 있는 상품을 구입할 경우엔 기름기가 심한 것을 제외하곤 지퍼백을 씻고 말려서 재사용했다. 이건 소분해서 얼리는 생선이나 육수용 자투리 채소, 잠시 냉장고에 보관할 식재료 등을 담아두는 데 제격이었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정리함으로 쓰거나, 자녀들이 물감놀이를 할 때 필요한 물통 대용으로,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담는 통 등으로 다시 사용한다. 튼튼한 종이 상자는 큰 서랍 속 작은 수납함이 되어 제자리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