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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에 담긴 어머니의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이 근사했다.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들의 멈춘 발길에 내 눈길도 멈추었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며, "딸이꽈?" "눈물나맨예"라며 건네는 인사도 친근했다. 지난 2일, 우당도서관에서 어머니의 그림 전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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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첫날 풍경 전시 작업을 마치고 나서 영상을 찍었다. 액자를 하나하나 차근히 들여다본 것은 나도 처음이었다. 소박함, 귀여움, 따스함 등이 어머니의 그림을 특징짓는 단어일 것 같다. ⓒ 이진순
4월 중순 즈음, 인터넷을 하다가 우당도서관에서 전시 공간을 빌려준다는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마침 어머니가 지난 2~3년 동안 간간이 그려왔던 그림을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전시 대관 신청서>의 '전시 내용 및 주제' 란에 아래와 같이 써서 보냈다.
'90대의 어머니에게 몇 년 전부터 도서관에서 동시나 동화, 그림책 등을 빌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책에 있는 그림을 색연필로 따라 그리게 되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공공도서관 덕분에 어머니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그림이 전시될 수 있다면, 그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약간의 스토리를 덧붙여 전시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덜컥 전시란 걸 하게 되었다.
'원본 그림과 어머니의 그림을 하나의 액자에 같이 넣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라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었다. 액자 제작 업체 연락처 하나만 알아놓고서 일을 미루다 보니 6월이 되어 있었다. 도서관에 가서 원본 그림을 찾고 사진을 찍으면서 조금씩 느리게 준비해갔다.
어떻게 해야 이 각각의 것들을 하나의 액자에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경험도 편집 능력도 없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그 다음은 액자 가게에 가서 의논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액자 가게 사장님은 이런 의뢰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그래도 어머니를 위한 작업이니 신경 써서 해보겠다고 하셨다. 시간과 공을 들여 작업해주신 덕에 소박한 그림이 잘 살아나는 액자가 만들어졌다.
전시회 소식을 친구에게 전했더니 홍보나 안내문 같은 것은 없냐고, 관심 있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안내해줄 만한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간단한 안내문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