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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새 주소와 행정동 헷갈려요

등록 2024.07.08 12:46수정 2024.07.0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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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우리나라는 도로명 주소를 전면 시행했다. 시골도 구획 정리 등이 잘 되어 있는 외국과는 달리 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해 나는 마흔이 되고서야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것도 혼자 배낭여행을. 지금 생각해도 용기가 가상했던 것 같다. 그때는 핸드폰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가는 곳마다 그 지역 종이 지도를 헤지도록 들고 다니며 목적지를 찾아다녔다. 그때마다 감탄한 것이 '주소를 보고 건물을 찾기가 이렇게 쉽다니'였다. 도로만 찾으면, 그 도로를 따라 한쪽은 짝수, 한쪽은 홀수, 순서대로 매겨진 건물번호가 눈에 잘 띄는 곳에 부착되어 있었다. 도로명 주소만 있으면 지도만 보고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지번 주소를 쓰던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이었을까.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나라도 도로명 주소로 바뀐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며, 얼른 시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며칠 전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를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 핸드폰으로 가까운 주민센터를 검색했다. 'ㅇㅇ1동'과 'ㅇㅇ2'동 주민센터가 나왔다. 우리 집 주소는 'ㅇㅇ로 99'인데 무슨 동일까. 또 인터넷을 검색했다. 'ㅇㅇ동'이라고만 나왔다. 그럼 1동이냐, 2동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건 인터넷 검색사이트에도 나오지 않았다. 주민센터 홈페이지도 검색해 보았지만 역시 찾을 수가 없었다. 주민센터에 전화해 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일단 가까운 주민센터로 가보기로 했다.

 "전입신고 하러 왔습니다." 직원이 주소를 물어왔다. 내가 'ㅇㅇ로 99'라고 대답하니 직원은 "아, ㅇㅇ1동이 맞네요. 여기서 전입신고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럼 제가 만약 ㅇㅇ2동 주민센터로 갔다면 전입신고 못 하는 건가요?"했더니, 직원이 그렇다면서 전입신고는 관할 주민센터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새 주소가 무슨 동 몇 동인지는 어디에서 알 수 있나요. 인터넷 검색사이트에도 없고, 주민센터 홈페이지에도 없는 것 같던데?" 했더니 직원은 본인도 잘 모르는지 옆 직원에게 물어보고는 대답해 준다. 도로명 주소 검색사이트에 새 주소를 입력하고 검색하면 무슨 동이라고만 나오고, 그 옆 '더 보기'라는 작은 글씨를 누르면 관할 주민센터가 나온단다.
  
a  2016년 6월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기 도로명주소 서포터즈 발대식'에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도로명주소 생활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6년 6월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기 도로명주소 서포터즈 발대식'에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도로명주소 생활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도로명 주소가 시행된 것이 올해로 딱 10년째다. 1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행정동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행정동을 모르면 불편이 따른다. 이제는 도로명 주소에 더 익숙해져 있는 세대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도로명 주소와 행정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보라도 제공을 잘 해주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주민센터도 새 주소에 맞게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가령 'ㅇㅇ로 1마을, 2마을 주민센터' 이런 식으로. 그리고 내가 1마을에 살고 있는지, 2마을에 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정보 제공도 잘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인터넷 검색사이트, 지자체 홈페이지 등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배원 아저씨들이 제비가 그려진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다녔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세련된 오토바이나 듬직한 탑차를 타고 다닌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자전거가 오토바이에 자리를 내어 줬듯이, 이젠 행정동도 새 주소에 자리를 내줄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행정동 #전입신고 #새주소 #도로명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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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이 싫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치를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옛날 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그 옛날 말이 맞다는 것을 하나하나 체험해 가는 것이 나이 드는 것인 듯합니다. 살아가며, 나이 들어 가며 소소히 알아가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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