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안치된 지난 4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 1층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김화빈
-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리튬배터리를 만드는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졌다. 이중 18명이 외국인이었다.
"사람들이 그래요.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거 아니었냐고. 아니요. 바뀐 거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 이런 일이 있나요? 리튬 공장 사람들이 리튬이 위험하고, 리튬에서 난 불은 분말소화기로 끌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23명이나 떼로 죽은 게 말이 돼요? 후진국이면 몰라요. 경제 규모 10위권 선진국이라면서 이런 망신이 있어요?
분노하는 건, 아무리 말을 해도 사장들과 정부는 똑같다는 거예요. 6월 26일에는 경북 칠곡의 한 철근콘크리트 배수관 만드는 공장에서 이주노동자 한 명이 또 죽었어요. 알아보니 전에도 거기서 이주노동자 2명이 죽었었대요.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지금처럼 일하면 위험하다고, 공정을 고쳐달라고 회사에 말했었대요. 그랬더니 사장이 '손해'부터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날도 그렇게 빨리빨리 일 안 해도 되는데 재촉을 하는 통에 사고가 났다더라고요.
아리셀은 일용직이 많았잖아요. 희생자 23명 중에 20명이었다고 하는데. 일용직은 말 그대로 '일회용직'이에요. 한번 일하고 '바이바이'할 사이인데 사장이 신경이나 쓰겠어요? 회사는 오로지 물량만 생각해요. 이 사람이 오늘 처음 일하러 왔고, 그래서 위험한 걸 잘 모르고, 이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해요. '오늘 100개 만들어야 되니, 100개 만들어라.' 이것만 중요해요. 그러니까 사람이 죽어요."
-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랬겠죠. 하지만 꼭 얘기하고 싶은 게, 안전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전체적인 분위기, 인식이 안 바뀌는데 교육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공장 가보세요. '자, 여기 들어가면 죽어. 자, 여기에 손 넣으면 손 잘려.' 이렇게 교육은 해요. 근데 곧바로 이렇게 말해요. '여기서 30년 동안 일한 사람들 다 멀쩡해. 오늘 100개 만들어야 하니까 빨리 들어가. 빨리 해.' 그러다 손 잘려요. 그러다 죽어요.
교육만 해서는 안돼요. 실제로 천천히 일하게 하고, 위험하다고 하면 안전하게끔 설비를 고쳐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사장들이 많이 생겨야 돼요. 사장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게, 정부가 움직여야 돼요. 근데 안 그래요. 아리셀도 봐봐요. 회사는 안전교육 다 했다고 큰소리 뻥뻥 치잖아요."
- 아리셀 사망 노동자 상당수가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흔한 일인가.
"많아요. 아리셀 희생자 중에는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 E-9비자) 받은 사람이 없었는데, 회사 입장에선 불법파견으로 데려오는 게 훨씬 편하잖아요. 퇴직금도 안 줘도 돼, 보험도 안 들어도 돼, 아리셀처럼 사고 나면 '내 직원 아니다'라고 하면 돼. 복잡한 신청 절차도 없고, 노동부에서 인원 제한 같은 규제도 안 받잖아요. 계속 고용할 필요도 없고, 아침에 전화해서 '몇 명 보내달라'고 하면 딱 오고. 저녁 돼서 일당 줘버리고 나면 나랑 모르는 사람 되는 거잖아요. 얼마나 쉬워요?
이러니까 유령회사 같은 것도 많아요. 사장이 전화기 하나만 놓고 회사를 차린 다음에 이주노동자들 취업을 받아요. 그리고 자기는 아무것도 안하고 이주노동자들을 다른 사업장에 보내주는 거예요. 그래놓고 월급 200만원 중에 20만~30만원씩 떼가요.
웃기는 게 뭔지 알아요. 한국은 E-9비자로 '비전문' 노동자들을 받으면서 '전문'적인 노동을 원한다는 거예요. '비전문'으로 비자 받고 왔는데 사업장 가면 지게차 운전도 해야 되고, 조그만 화물차 운전도 해야 돼요. 위험해서 다 자격증이 있어야 되고 이주노동자들이 하면 안 되는 일인데 '못한다'고 할 수가 없어요. 불이익 주기 때문에. 그러다가 사고 많이 나요. 많이 죽어요."
"정치인 0명, 노조조직률 0.3%...이주노동자들 80%는 아리셀 참사 모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