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야생의 땅이었다."
지난밤에 폭우가 쏟아지고 둔치에 순식간에 차오르는 물을 피해 대피하는 손톱 만 한 작은 곤충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그라운드 골프장으로 이용되던 곳에 물이 찼다 빠지자, 초록의 인조잔디 위에 있는 새들이 종종 거리며 자신의 땅인양 먹이를 찾고 목욕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느꼈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생각보다 순식간이었다. 사람은 절대로 채울 수 없는 금강의 물을 자연은 정말이지 찰나에 채워냈다. 천막농성장에서 나는 자연의 두려움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해놓은 탓에 농성장의 재난안전본부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겼다. 충분히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연의 생물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미물로 여기는 곤충은 담수를 피해 육지로 대이동을 벌였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쏟아져 나오는 곤충들은 물불을 가릴 틈이 없어 보였다. 같은 이재민 신세가 된 곤충들은 심지어 옮기고 있는 우리들의 몸에 수십마리가 함께 붙어 이동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곤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홍수에 대피하는 곤충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침수를 피하지 못하고 수장된 동물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play
▲ 곤충들이 이동하는 모습 물이차오르자 곤충들이 대피중이다 ⓒ 이경호
자연과 사람의 공존의 땅
지난밤 세종, 금산, 대전지역에 온 폭으로 천막농성장은 그야말로 물바다가 돼 갔다. 10시께가 되자 재난안전본부를 차렸던 곳까지 물이 차올랐고 긴급하게 대피했다. 빠르게 차오른 물은 농성장의 옆집 그라운드 골프장을 가득 채웠다.
9일 같은 이재민 신세로 함께 이사를 했던 어르신들도 함께 걱정하며 물을 지켜봤다. 골프장을 지켜내신 어르신들은 어제 함께 옮긴 집기들이 떠내려 가지 않도록 밧줄을 이용해 묶어 내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생물의 신세가 다르지 않았다. 이미 이곳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존의 땅이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