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을 취재하는 장면노인복지관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60대 이상이지만, 70대가 많고 60대와 80대 노인들도 있다. 건강하셔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시기에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신 어르신이 안 계셨다.
유영숙
노인복지관에 글쓰기 수업을 함께 하시는 80대 초 어르신께 여쭈어보았다.
"선생님, 혹시 운전 면허증 반납하셨는지요?"
"작년에 다시 갱신했어."
"그럼 반납하지 않으셨네요?"
"오늘도 날씨가 너무 더워 걷기 어려워서 운전하고 왔어. 반납 안 할 거야."
"언제까지 운전하실 거예요?"
"인지가 나빠지면 당연히 반납해야지. 그리고 자율주행차가 나와도 운전 면허증이 있어야 운전이 가능하다고 해서 반납 안 하고 가지고 있으려고."
노인복지관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70대다. 이날 모인 10여 분 중에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신 분은 안 계셨다. 마음 같아선 반납하고 싶지만, 사시는 곳이 교통이 불편해 차가 있어야 해서 아직 반납하지 못하셨단다. 그러면서 요즘 고령자 운전 사고 소식으로 운전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셨다.
여러 어르신이 이구동성으로 '나이가 들면 아픈 곳도 많아서 일주일에 몇 번씩 한의원이나 병원에 가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아야 한다'고 하신다. 고혈압 약 등도 정기적으로 처방받아야 하고 가끔 모임에도 가야 할 때가 있다며, 자동차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신다.
내가 사는 곳은 수도권 외곽으로 조금 들어가면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노인이 모두 도시에 살 수 없고 매번 자식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운전을 할 수 있는 한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만 65세 이상 노인이 국민의 20% 이상이 되어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이라고 옛날처럼 그냥 다 놀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많다. 택시를 운전하시는 분들도 60세 이상이 많다고 한다. 남편 친구들도 모두 70대인데 물어보니 면허를 반납하신 분이 아직 없다고 했다.
이처럼 고령자도 사람에 따라 상황이 다른데, 획일적인 대책을 쉽게 논의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령자 면허증 반납제도 대신 검사 프로세스 개선해야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과 판단력이 많이 떨어짐을 느낀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접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운전이 두려워져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잘 안 하게 된다.
하지만 운전이 생업과 관계가 있으면 안 할 수가 없다. 대신 면허 갱신 시 적성검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인지 능력 검사를 강화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심도 있는 테스트를 진행해서 정확하게 확인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좋겠다.
지금도 75세 이상 면허 갱신 때는 치매 검사를 비롯해서 교통안전 검사, 적성검사 등을 세밀하게 한다고 한다. 갱신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했다. 주변에서 보면 면허 갱신하러 갈 때 많이 긴장하고 통과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신다.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은 면허증 갱신 프로세스를 통과하려고 여러 가지로 사전에 노력한단다.
교통사고는 고령 운전자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20대 운전자에게서도 많이 일어난다. 고령 운전자뿐만 아니라 전 연령 운전자에게 주기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받게 하고 통과하는 사람만 운전하게 하면 어떨까.
나도 면허증을 갱신하고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내년에는 면허증을 다시 갱신해야 한다. 운전을 안 하고 싶지만, 살다 보면 꼭 필요할 때가 있어서 반드시 갱신해야 한다. 남편이 지금은 운전하고 있지만, 어쩌면 내년에 무릎 수술을 할 수도 있어서 내가 운전을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듯 나이 들어도 운전이 꼭 필요한 사람은 절대 면허증을 반납할 수 없다. 면허증을 갱신하고 10년 동안 어떤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다. 75세 고령자처럼은 아니어도 주기적인 안전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65세가 넘어서 이번에 갱신하면 5년 주기로 면허증을 갱신하게 된다. 70세가 넘으면 적성검사에도 통과해야 하니 몸 건강, 마음 건강 모두 잘 관리해야겠다. 운전은 늘 운전자 안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안전도 꼭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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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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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면허증 반납해라? 쉽게 얘기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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