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비대면이 당연시 되면서 시중에 전화나 화상 등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기기를 통해 공부하는 게 보편화됐다.(자료사진)
픽사베이
나 역시, 학원은 거부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고싶어 하는 딸아이를 위해 선택한 학습 방법이 바로 이 온라인 학습기였다.
여러 학습기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 관리 교사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직접 만날 일이 없는 전화상의 교사가 짧은 시간 안에 아이에게 끼칠 영향은 극히 적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사용 기간 약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난주까지, 거쳐 간 두 교사에게 기대가 없었던 만큼 별 불만이 없었다.
아이의 첫 교사는 '성대결절형 교사'였다. 언제나 목이 쉰 상태에서 힘겹게 말을 뱉는 이였다. 필요한 말을 정성껏 뱉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교사의 말에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수업 후면 소파에 온몸을 늘이며 아이는 이야기하곤 했다. '엄마, 선생님이 많이 피곤하신가 봐.'
두 번째 교사는 'AI형 교사'였다. 늘 같은 말만 한다는 느낌을 주는 이였다. 거의 1년 가까이 아이와 만나면서 시작하는 말이 매번 같았다.
"안녕하세요. 우리 친구 뭐 하고 있었을까요?"
"그냥 쉬고 있었어요."
늘 같은 질문에 돌아오는 아이의 답변도 늘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내가 혀를 내두를 만큼 둘의 똑같은 인사말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좀 다른 대답을 해보라고 아이에게 언질을 주었지만, 아이는 '굳이?'라는 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답변이 중요하지 않은 그저 형식적인 인사에 굳이 정성 들인 답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그렇게 관리 교사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간 시점에서 만난 교사가 바로 이 세 번째 '즐기는형 교사'였다.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와 20분간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좀처럼 지치지 않는 사람. 전달할 말을 형식적이지 않게 진심을 담아 말하는 사람. 아이를 잘 이해하는 사람.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관리 교사라는 자신의 자리를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
즐기는 교사를 만나고 보니, 이전 교사들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없던 기대치가 갑자기 솟기 시작했다. 왜 똑같은 금액을 내고도 같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인가? 왜 진작 즐기는 교사를 만나지 못한 것인가? 마음에 드는 교사를 만날 때까지 계속 교체를 요구했어야 했나? 없던 생각들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하루 12시간 근무, 선생님 1명 당 학생 150명 담당이라니
그러다 우연히 어느 플랫폼에서, 한 온라인 학습기 중 하나에 근무 중인 초등 교사의 구체적인 후기를 보게 되었다. 후기의 내용에 따르면 한 교사마다 최소 120명에서 최대 150명의 학생을 관리하게 된다고 한다.
온라인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교사 1명 당 학생 150명까지? 실로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수치였다. 업무 시간으로 보면 평일 오후 3시에서 9시까지가 근무 시간이지만, 교사의 숙련도에 따라서 오후 1시부터 12시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루에 12시간 근무라니! 그런데 그러고도 월급제가 아닌, 관리 학생 수에 따른 수수료 체계라 영업성 업무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전 두 교사에 대한 아쉬움이 이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돈을 벌기 위한 어떤 일도 쉬운 일은 없겠지만, 온라인 학습기 교사의 근무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지난 '성대결절' 교사가 떠올랐다. 이해가 됐다. 100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을 관리하며 얘기하려면 목이 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AI처럼 루틴과도 같은 멘트가 필요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게 만드는 영리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한다고 여겼던 '즐기는형 교사'는 오히려 나올 수 없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 교사를 만난 게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는 그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했기에, 불만을 가지기보다 그들을 응원해 보려 한다. 흔히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비대면이고 학생을 만나는 시간이 지극히 짧아서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아주 작은 무언가라도 끼칠만한 영향이 있고,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 이들의 근무 환경에 뭔가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 아닐까.
자기 일을 즐기는 교사를 만날 때, 아이들도 그 시간을 더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또한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사가 되었을 때, 교사는 더욱 자기 일을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온라인 교육의 한 단면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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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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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주 쓰는 온라인 학습기, 이건 좀 너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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